"남의 말을 잘 듣는 판사가 되고 싶습니다."

20대 중반의 여성이 사법연수원 역사에 새 기록을 추가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13일 예정된 38기 수료식에서 대법원장상을 받는 정현희(26) 씨.
서울대 법대 출신인 그는 평균 평점 4.3을 받아 연수원 동기인 김병필 씨와 함께 사상 첫 만점자로 이름을 올렸다.

사법시험 못지않게 치열한 연수원 내부 경쟁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정씨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12일 "여러모로 뛰어난 분들이 정말 많은데도 좋은 결과를 거두게 돼 기쁘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며 "주변 분들의 배려가 힘든 연수원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공을 돌렸다.

판사가 되고 싶어 사법시험에 응시했다는 정씨는 성적이 부진해 법관에 임용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학업에 충실했을 뿐인데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겸손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빡빡한 일정과 적지 않은 학습량으로 쉽지 않은 연수원 생활이지만 `긍정적으로 살자'고 편안한 마음으로 임했던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그간을 회고했다.

성적이 우수한 연수생이 법원이나 검찰보다는 로펌(법률사무소) 행을 선호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라고 하지만 정씨는 자신의 적성에도 맞고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며 망설임 없이 판사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다른 무엇보다 독립적이고 양심에 따라 일해야 한다는 점에서 판사라는 직역에 매력을 느꼈다"며 "정적이고, 깊이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활동적인 성향이 더 요구되는 검찰보다는 법원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은 민사 소송에 많은 흥미를 느꼈지만 이제 실무를 통해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인간과 사회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박한 포부다.

그는 판사라면 당사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판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중요한 판사의 능력으로 타인의 말을 귀담아듣는 자세를 꼽았다.

그는 "재판 당사자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판사가 모두 고려했다는 점을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사건이나 업무가 많아서 쉽지 않겠지만 무엇보다 타인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