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형인 건평 씨와 자신의 오랜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세종증권 매각 비리에 연루돼 구속된 이후 한달이상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형 건평 씨가 구속된 직후인 지난해 12월5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사저 앞에서 방문객과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침묵'에 들어간 뒤 지금까지 별다른 일정없이 사저안에서 머무르고 있어 그의 침묵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노 전 대통령 측근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형 건평 씨의 구속 이후 외부일정은 자제한 채 주로 서재에서 책을 보거나 가끔 사저를 방문하는 손님 접견 및 인근 봉화산에 등산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경수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의 장기간 침묵에 대해 "추운 날씨로 인해 방문객과의 만남 등 외부일정을 소화하지 않고 있을 뿐 평소대로 생활하고 있다"며 "정해진 바는 없지만 따뜻해지면 (밖에) 나가실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문재인, 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참여정부 참모들이 신년인사차 사저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손님을 맞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사저를 방문했던 한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이 생각보다 표정이 밝았고 다양한 주제로 5시간여동안 이야기를 했다"며 "(방문객과의 만남을 중단한 이후)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씀이 많았던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이 낮에 눕는 법이 없는 부지런한 성품이어서 어떤 때는 주방일까지 거들며 하루를 보낸다고 권양숙 여사가 전했다"며 "김해시민으로 무사히 안착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침묵 이후 봉하마을에는 하루 400명 수준까지 방문객이 줄어들었으나 겨울방학이 시작된 이후 최근에는 노 전 대통령의 인사가 없어도 평일에는 700~800명, 주말에는 1천500명 정도가 여전히 찾고 있다.

또 지난해 연말부터 노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이 설치한 희망돼지탑과 새해를 맞이해 방문객들의 소원 등을 담은 희망리본 수백개가 사저 앞 나무에 매달려 있다.

(김해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b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