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억압" vs "익명성 범죄 엄벌"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로 지목된 박모(31) 씨가 10일 구속된 데 대해 시민들 사이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조치"라며 우려하는 의견과 "익명성을 이용한 범죄에 대한 엄벌"이라며 찬성하는 견해가 엇갈리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11일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원리"라며 "미네르바 구속은 이명박 정부가 긴급조치 시대의 독재정권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 역사를 되돌아볼 때 말을 못하게 국민의 입을 막는 정부는 항상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아왔다"며 "정부가 결국 비판의 목소리를 막으려다 화를 자초하는 무리수를 둔 셈"이라고 비판했다.

진실과정의포럼의 한 관계자도 "미네르바 구속은 정부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라며 "오히려 미네르바보다 더욱 허황된 사실을 유포하고 책임지지 못한 사람들이 있는 상황에서 미네르바를 구속한 것은 결코 공평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윤창현 사무총장은 "미네르바가 구속된 중요한 이유는 `정부가 금융기관에 달러매수 금지 공문을 보냈다'는, 즉 정부가 환율을 조작했다는 내용의 글을 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미네르바가 당시 그 글을 썼을 때는 스스로 자신의 글이 이미 상당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깨닫고 있을 시기였다"며 "그걸 알면서도 그런 잘못된 글을 쓴 것은 명백한 확신범"이라고 덧붙였다.

선진화시민행동의 김세환 사무국장도 "표현의 자유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때에만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라며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숨어 다른 사람들을 선동해 사회에 해악을 끼친 미네르바를 구속한 것은 옳다"고 강조했다.

일반시민들 사이에서도 미네르바 구속에 대한 반응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대학생인 노모(26) 씨는 "미네르바가 이야기한 달러 매수에 대한 내용은 사실 정치권에서도 나왔던 말로 알고 있다"며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인터넷 공간에 올린 것 뿐인데 (결과적으로) 파장을 일으켰다고 해서 구속한다면 결국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회사원 김모(55) 씨는 "세상이 어지럽고 정부도 소신있는 정책을 펴지 못하다 보니 사람들이 미네르바에 잠시 혹한 것같다"면서도 "익명성의 뒤에 숨어 옳지 못한 정보를 뿌리는 사람을 구속한 것은 잘한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서울=연합뉴스)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