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우 부회장 "가능한 빨리"
엔故일 때 日업체 제칠 기회
반도체·LCD는 지금이 바닥

주요 계열사 경영진을 포함한 삼성의 대규모 인사가 설 이전에 이뤄질 전망이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09' 전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사위원회가 구성된 만큼 최대한 빨리 인사가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인사 규모가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작년에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이 감안될 것"이라고 말해 큰 폭의 물갈이 인사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인사위원회 절차를 조만간 거치는 대로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설(26일) 이전에 인사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사장단 인사 설연휴 전 '대폭' 가능성
◆설 연휴 전에 경영진용 재편

오는 20일 설연휴 직전에 열리는 사장단 협의회 전후로 사장단 등을 비롯한 임원 인사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사 방향을 결정하는 인사위원회 위원장은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대외적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11일 한 · 일 재계 간담회가 열린 롯데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사위원장 선임과 관련,"이 부회장이 맡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인사위원회가 구성됐느냐"는 질문에 "지난주 초에 얘기했으니 만들어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인사위원회는 각사 경영실적과 경영진 연령 재임기간 등을 고려해 교체 대상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인사에 속도를 내는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경영진용을 신속히 정비하기 위해서다. 이건희 전 회장 퇴진과 함께 지난해 7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온 전략기획실이 해체되면서 삼성은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을 좌장으로 사장단협의회를 움직여왔다. 하지만 사장단협의회는 미래 신사업 선정,계열사간 투자계획 조율 등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 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도 글로벌 경기침체에 리더십 공백이 겹친 결과라는 게 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반도체 LCD 바닥,일본 제칠 기회 왔다

이윤우 부회장은 CES 전시회장을 돌며 기자들에게 삼성전자의 경영전략과 업황을 설명했다. 그는 3시간여에 걸쳐 샤프와 도시바 소니 캐논 파나소닉 모토로라 LG전자 부스 등을 방문,경쟁업체들의 전략제품을 꼼꼼히 살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일본이 엔고(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기회"라고 말했다. 엔화와 원화 가치의 차이를 잘 이용해 일본의 소니 등 경쟁업체를 따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반도체와 LCD는 바닥 수준"이라며 "좋아질 일만 남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언제,어느 정도의 속도로 좋아질지는 시장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이어 "통신(휴대폰)은 성장할 여지가 많고 TV 등의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디지털미디어(DM) 사업은 동종업계 평균보다 훨씬 더 성장폭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반도체는 현재 가격이 투매 수준"이라며 "수요가 너무 불투명해 공급을 줄여 해결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이어 "아직 '오피셜하게(공식적으로)' 감산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우식 IR담당 부사장은 "LCD와 반도체가격이 바닥을 지나고 있다"며 올해 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는 대만 정부가 자금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금액이 크지 않다"며 "결국 업황 회복기에 이르면 현금을 풍부하게 보유한 업체만 반도체 업황 회복의 열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