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10일 `미네르바'로 지목된 박모(31) 씨를 구속했지만 풀어야 할 미스터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검찰 주장과 달리 박 씨가 게재했던 글들이 전혀 근거 없는 `허위사실'만은 아니라는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고, 박 씨가 월간지에 인터뷰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신동아에 기고한 `미네르바'가 누구인지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 미네르바 주장은 허위사실(?) = 검찰이 박 씨의 글을 허위사실로 보고 구속영장에 포함한 범죄사실은 크게 두 가지.

작년 7월30일 `드디어 외환보유고가 터지는구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외환 예산 환전 업무 8월1일부로 전면 중단"이라고 쓴 것과 12월29일 "정부가 금융기관에 달러 매수 금지 명령을 내렸다"고 게시한 것이다.

검찰은 이 글들을 모두 허위사실로 판단해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도 영장을 발부함으로써 사실상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7월30일 작성된 글은 당시 기획재정부가 실제 해외차관 원리금을 갚을 때 외국환평형기금에서 달러를 환전해가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허위사실 여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또 `달러 매수 금지 명령'에 대해서도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재정부 등 외환당국이 지난해 12월26일 은행회관에 7대 시중은행 간부를 모아놓고 외환 매입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 비공개회의 참석자들에게서 직접 들었다며 `달러가 폭등하면 모두가 피해자가 될 것이니 연말을 맞아 각 은행이 달러 매입을 자제하고 고객들한테도 그런 방향으로 잘 지도해 달라'고 재정부가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미네르바 글의 본질이 정부가 외환 개입을 한다는 것이고, 그 방식이 미팅이냐 공문이냐는 형식에 불과한 것인데도 단순히 "공문은 안보냈다"는 이유로 허위사실 유포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
박 씨가 `전면 중단', `매수 금지 명령' 등의 과장된 표현을 사용했지만 당시 정부나 금융권 움직임이 미네르바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어서 검찰이 실제 그런 정황이 있었는지를 파악해야 국민적 의구심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이 부분 또한 법정 공방 대상이 돼 그 진위가 가려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월간지 기고 `미네르바'는 누구 = 박 씨가 작년 12월 한 월간지와 인터뷰한 적이 없다고 주장함에 따라 신동아가 접촉한 `미네르바'가 누구인지도 검찰이 밝혀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박 씨는 지난 10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월간지와 인터뷰한 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러분이 밝혀주길 바란다"며 인터뷰를 한 `미네르바'가 자신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신동아는 작년 10~11월 미네르바의 절필 선언 이후 그와 접촉해 인터뷰한 내용을 게재했다.

신동아의 미네르바는 "언제부턴가 여러 수단과 방법으로 자신을 죽이겠다는 협박이 많이 들어와 절필 선언을 했고 자신이 아고라에 게재한 글이 모두 정당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 미네르바는 `증권사에 근무한 적이 있고 해외 체류 경험도 있다'고 밝혀 검찰이 구속한, 출국 경험이 전혀 없는 30대 무직의 박 씨와는 큰 차이가 있다.

박 씨 주장이 맞는다면 `미네르바'가 여러 명일 수 있고 박 씨도 그 중 한 명이거나 공범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 씨 외에 미네르바로 의심되는 이가 없고 또 다른 미네르바를 수사할 계획은 없다고 했지만 박 씨를 기소하는 것과 관계없이 신동아와 인터뷰한 `미네르바'의 실체를 진실 규명 차원에서 찾아내야 국민적 의혹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 정치적 의도 있었나 = 박 씨가 아고라에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것이 과연 정치적 의도였는지도 그가 글을 쓴 동기와 맞물려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씨는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때 손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서민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글을 올렸다"거나 "주관적 소신을 갖고 썼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그의 이력에 대한 새 의혹이 제기되면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의혹의 내용은 박 씨가 작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 퇴진 운동을 벌였던 단체에 속해 있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든 토론 사이트 회원이었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이유로 박 씨가 어려운 경제상황을 이용해 현 정부 경제정책을 신랄히 비판함으로써 `반 이명박 여론'을 모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울러 박 씨 홀로 글을 쓴 것이 아니라 단체 회원으로 활동하며 교사나 사주를 받았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 씨 변호를 맡고 있는 박찬종 변호사는 "박 씨가 그런 단체 소속이었던 사실이 없고, 설사 과거에 뭘 했건 사주 또는 교사를 받거나 누군가와 짜고 그런 글을 쓴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일축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