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해운, 계약 잔여기간 짧아 예상손실 적다"
은행권 "당연한 결정 … 오락가락 판결 이해못해"

법원이 통화파생상품인 키코(KIKO) 계약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며 기업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9일 기각했다. 법원은 지난달 30일 모나미 등이 SC제일은행을 상대로 한 신청에 대해서는 받아들인 바 있으나 이번에는 해당 기업의 키코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이동명)는 진양해운이 신한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키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 판결의 전체적인 취지는 모나미 사건에 대한 판결과 같다. 재판부는 "키코는 계약 기간 동안 일정한 범위에서 환율이 안정적으로 변동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체결된 것인데 계약 후 원 · 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급격하게 커졌다"며 "계약 내용을 계속해서 이행하게 하는 것은 신의원칙에 맞지 않으므로 계약해지를 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진양해운의 계약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만한 급박한 사유가 없다고 봤다. 임시의 지위를 구하는 가처분 사건은 급박한 위험을 피하지 않으면 현저한 손해를 볼 것으로 우려될 때 인정되는데,진양해운의 경우 그렇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잔여 기간이 3개월로 짧고 효력이 계속될 경우 진양해운이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거래손실 규모가 8억여원에 불과하다"며 "또 효력을 정지하지 않더라도 진양해운이 본안소송에서 승소하면 돈을 돌려받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이므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해 은행권은 기각 결정은 당연하지만 전체적인 취지는 수긍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은행 파생상품 담당 부장은 "상황이 변했다고 해서 기업이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한 재판부를 이해할 수가 없다"며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다고 해서 부동산 매입 계약을 맺은 사람이 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모나미 등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수용한 것은 계약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자본주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민제/박준동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