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정 안가고 즐기는 겨울철 '스크린 골프'

스크린골프골퍼들이 '동면'에 들어가는 겨울철.동남아 등으로 원정 라운딩을 떠나는 마니아들도 없지 않지만,'보통사람'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연습장에서 겨우내 '칼'을 갈며,파릇한 잔디가 돋아나올 봄날을 기다릴 뿐이다. '꿩 대신 닭'.눈앞 화면에 시원하게 펼쳐진 '가상 필드'에서 '대리만족'을 얻는 스크린 골프는 어떨까. 초창기 오락 수준에 불과했던 스크린 골프는 이제 실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 요령

요즘 스크린골프는 실전 라운드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재미난 요소가 많다. 거리는 화면에 표시된 거리에다 지면의 높낮이를 추가로 계산하면 된다. 오르막이면 거리를 좀 더 봐주면 된다. 러프에서는 남은 거리보다 10% 더 본다. 벙커의 경우 10~20% 정도를 더 감안해서 치면 된다.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바람과 방향 등도 알려준다.

치는 순서도 먼 사람부터 치도록 해놨다. 나무를 맞거나 카트도로를 맞으면 실제와 비슷하게 공이 튕겨나간다. OB가 나면 그 자리에서 다시 친다. 스코어는 더블파(속칭 양파)까지 기록하도록 설정해 놓을 수 있다.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샷을 할 때는 미리 그린을 본 다음에 샷을 할 수 있다. 퍼팅할 때는 그린 경사도와 빠르기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린 위에 격자 표시를 한 뒤 조그마한 물방울들이 경사도를 따라 흐르도록 했다. 빨리 움직이면 경사가 심하다는 얘기다.

게임이라고 해서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잘못된 샷에 대한 벌이 가차없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자신의 핸디캡보다 더 나오기 일쑤다. 특히 뒷땅을 자주 치는 골퍼들의 경우 센서가 임팩트를 잘못 읽어 스코어가 엉망으로 나올 수 있다.

스크린골프를 더욱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각 업체 홈페이지에 들어가 회원가입을 해놓는 게 좋다. 스크린골프방에서 아이디를 입력한 뒤 게임을 즐기면 스코어관리도 해주고 스윙분석까지 해준다. 홀인원을 하면 상금도 받을 수 있다. 각종 온라인 대회와 이벤트에도 참여해 푸짐한 상품도 덤으로 챙길 수 있다.

◆업체별 장 · 단점

현재 스크린골프 점유율 1위는 '골프존'이다. 가장 많은 50여개 스크린골프장을 보유하고 있어 선택 폭이 넓다. 게다가 특허를 받은 '스윙플레이트'가 강점이다. '스윙플레이트'는 경사도 조정이 가능해 왼발내리막,양발끝내리막 등 모든 경사의 샷이 가능하다.

그러나 어프로치샷을 할 때 스핀량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게 단점이다. 거의 대부분 백스핀이 먹는다. 샷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통계치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스윙플레이트에서 샷을 할 때는 일일이 공을 손으로 놔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골프존측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자동으로 티업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해 놨다고 설명했다.

'알바트로스'는 국내 스크린골프 업계의 원조업체다. 스크린골프에서 방향을 조정할 때는 컴퓨터로 조작을 하지만 알바트로스는 몸을 틀어서도 방향 조절이 가능하다. 골프존에 비해 쉽게 스코어가 쉽게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스크린골프를 해온 사람들은 알바트로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미스샷에 대한 반영이 지나치게 예민하고,그린 엣지에서 퍼터를 사용할 경우 거리 맞추기가 쉽지 않은 점 등이 단점이다.

'쓰리트랙'은 미국 시뮬레이터를 수입해 사용한다. 미국 PGA투어에서 선수들 훈련 목적으로 개발한 시뮬레이터를 스크린골프로 전환한 것이다. 훈련용으로 제작된 것이라 실전과 거의 똑같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기존 스크린골프에서는 재현하지 못하는 공의 구질까지 반영한다. 드로 구질이나 페이드 구질이 그대로 재현돼 프로 또는 수준급 아마추어 골퍼들이 선호한다. 3면에서 그래픽화한 입체 화면이 실전 골프장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할 정도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국내 스크린골프를 능가한다.

볼의 구질을 알기 위해서는 겉표면에 특수 코팅된 공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불편사항으로 꼽힌다. 국내에 들어온 지 1년이 채 안돼 아직까진 쓰리트랙 스크린골프를 접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스크린골프 현황


현재 전국의 스크린골프방은 대략 4000~5000곳 정도로 추산된다. 스크린골프방에 들어가는 '시뮬레이터'를 시판하는 업체는 골프존 알바트로스 쓰리트랙 훼미리골프 등 20여개가 넘는다. 스크린골프방은 한 회사의 시뮬레이터만 갖다놓기도 하고 여러 회사의 시뮬레이터를 함께 마련해놓기도 한다. 스크린골프 관련 기술은 꾸준히 개발되고 있어 6개월 단위로 신제품이 등장하는 추세다.

요금은 1인당 9홀에 1만~1만5000원,18홀에 2만~3만원이다. 골프연습장 이용 요금이 1시간에 1만5000~2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연습장 비용보다 싸다고 할 수 있다. 4명이 18홀 라운드를 모두 마치는데 4시간 가량 걸린다. 자신의 클럽을 들고 가도 되고 대여를 해도 된다. 장갑,골프화 등도 모두 비치돼 있다. 아무런 준비없이 노래방 가듯이 가도 된다.

최근 인기를 반영하듯 불황에도 창업자들이 몰려든다. 보통 1대의 시뮬레이터를 설치하면 인테리어비까지 합쳐 3000만~4000만원이 든다. 겨울과 여름이 성수기이고 골프시즌이 비수기로 분류된다.

글=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사진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