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전쟁'은 끝났지만 상처는 남았다. 여야 의원들이 협상에 나서는 동안 국회 사무처의 경위,방호원과 민주당 당직자 및 보좌진은 최일선에서 한 달 가까이 몸싸움을 벌였다. 물리적 충돌에 따른 후유증은 대부분 이들의 몫이다.

사무처 직원들은 무릎 십자인대 파열,무릎뼈 골절 등으로 4명이 입원해 있는 상태다. 한 관계자는 7일 "절반 정도를 환자로 보면 된다"면서 "상당수가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특히 몸싸움 와중에서 눈 주위를 다친 사람이 많다는 전언이다. 한 경위는 "평소 대화도 하고 친하게 지낸다고 생각했던 일부 의원들이 마이크로 직원의 머리를 때리고 욕설을 퍼붓는 등 폭력 · 폭언을 가했지만 (경호원들은) 의원들에게 대들 수 없어 고스란히 당했다"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섭섭함을 토로했다. 방호원 B씨는 여권을 향해 "지금까지는 여야 의원들이 싸우면 우리가 말리는 역할을 했는데,이번에는 우리가 일선에서 사실상 여당 역할을 도맡아 하다 보니 이용당했다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직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회 사무처가 본청 중앙홀 진압을 시도했던 3일 하루에만 보좌진 21명과 당직자 20명이 뇌진탕 등으로 입원하는 등 부상을 입었다. 한 의원실에서는 보좌관 2명이 골절로 깁스를 해 정상적인 업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임위 회의장과 중앙홀을 오랫동안 점거하고 있는 과정에서 허리 디스크와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비례대표 의원의 비서관은 "밀폐된 공간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호흡기가 약해져 의원실 직원 9명이 모두 목감기에 걸려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난장판 국회를 뒤처리해야 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고통도 크다. 7일 오전 10시 민주당이 문방위 점거를 해제한 시간,일용직 근로자들은 국회 중앙홀 바닥과 유리를 청소하고 있었다. 한 근로자는 "농성자들이 커피와 반찬,국물 등을 흘려놨는데 당분이 많아 면도칼로 긁어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직자들이 테이프를 붙였던 유리현관을 닦던 다른 근로자는 "아침부터 나와 물을 뿌리고 닦아도 테이프를 떼어낸 흔적이 지워지지 않는다. 팔이 너무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노경목/이준혁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