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의대 연구팀..1만3천여 명 분석결과

비만에다 대사성 질환이 하나라도 있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비(非)알코올성 지방간 위험도가 27배나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제대 의대 부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이가영 교수팀은 2005~2006년에 건강검진을 받은 1만3천768명(남 7천313명, 여 6천455명)을 대상으로 체중과 대사 위험요인에 따른 비알코올성 지방간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미국서 발행되는 당뇨ㆍ대사성 질환 연구분야 국제학술지(Diabetes/metabolism research and reviews)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 중 복부 초음파를 통해 판정된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은 25%였다.

이는 보통 우리나라 국민의 15%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는 그동안의 통계치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이다.

연구팀은 고혈압, 고혈당, 고혈중중성지방, 몸에 좋은 고밀도콜레스테롤(HDL)의 낮은 혈중수치, 높은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고요산치 등의 대사 위험요인과 간 손상 여부를 알 수 있는 감마-지티피(r-GTP), 나이, 성별 등을 바로잡고 나서 비만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위험도를 분석했다.

이 결과 체질량지수 25 이상으로 비만한 사람은 체질량지수 25 미만인 사람에 비해 비알코올성 지방간 위험도가 최소 4.4배에서 최대 9.7배까지 높아졌다.

특히 남성은 대사 위험요인 중 어느 하나라도 있으면서 비만한 경우에 가벼운 정도 이상의 지방간을 동반할 위험도가 `대사 위험요인이 없으면서 비만하지 않은 남성'에 비해 27배나 높았다.

여성은 이런 위험도가 7.9배 정도 높아져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비만과 대사 위험요인에 따른 비알코올성 지방간 위험도가 약 40%가량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남녀 모두 비만이 아니라고 해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안심할 처지는 아니었다.

비만상태가 아니지만 대사 위험요인 중 어느 하나라도 있는 사람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동반 위험도가 대사 위험요인이 하나도 없는 사람에 비해 남성 4.7배, 여성 2.5배로 높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비만한 사람은 체지방에서 활성물질을 과도하게 만들어내면서 간에 무리를 줘 염증상태를 일으킴으로써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가영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인슐린 저항증 및 대사 위험요인과 상관성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지만, 체중상태와 성별에 따른 관련성에 대한 연구는 드물다"면서 "이번 조사를 통해 한국인에서 성별과 체중 상태에 따른 대사 위험요인과 비알코올성 지방간 간의 관련성을 평가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최근 서구화된 식생활에 의한 대사증후군이 주범으로 꼽힌다.

이 질환은 특히 인슐린 저항성 때문에 나타나는 복합적 병증이라고 해서 `인슐린 저항 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주요 원인으로는 체내에 인슐린이 있더라도 저항성이 강해 고혈당이 개선되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인슐린 농도만 짙어지는데 있다.

혈당 대사 이상으로 당뇨병이 나타나고, 지질대사이상으로 중성지방이 증가하고, 고밀도 콜레스테롤과 나트륨 성분의 증가로 고혈압 등이 생기는 이치다.

정상 간에서 인슐린저항성이 높아지면 지방간으로 발전하고, 지방간 상태에서 면역 단백질인 사이토카인과 내독소 등에 의해 지방 간염으로 발전한다.

전문의들은 보통 간에 15~20%의 염증반응이 있을 때를 비알코올성 지방 간염으로 본다.

비알코올성 지방 간염의 20%는 5~10년 내에 간경변증으로 발전하며, 이후 간경변증의 30~40%는 사망한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