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여전히 치료하기 어려운 질환으로 남아 있다. 첨단 진단장비, 최신 항암제와 수술 기법이 도입됐다 해도 주변에서 암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사람이 흔하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국민이 평균 수명까지 생존할 경우(2005년 기준 남자 75세,여자 82세) 남자는 31.9%가,여자는 25.5%가 암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2005년 연평균 신규 암환자 수는 13만2914명으로 인구 10만명당 274.1명(남자 300.0명,여자 248.2명)에게서 매년 새롭게 암이 발견되고 있다.

1993~2005년의 암 발생자 115만여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1993~1995년 41.2%였지만 국가암관리사업을 시작한 1996년부터 2000년까지는 44%,2001~2005년에는 52.2%로 크게 높아졌다. 암 조기 진단의 확산과 치료기술 발전이 그 밑거름이다.

그러나 암 신규 발생률은 일본과 비슷하지만 암 환자 5년 생존율은 일본의 54.3%(1997~1999년)에 못 미친다.

더구나 일본의 통계가 1990년대 후반이고 한국의 통계는 2000년대 전반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조기 진단과 치료가 뒤떨어지고 암 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반영한다.

◆초음파 검사부터 챙겨보자=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등한시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초음파검사다. 이 검사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2만㎐ 이상의 초음파를 조직에 쏘아 반사되는 것을 되받아 영상으로 보여준다. 방사선 피폭이 없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초음파는 공기나 뼈 조직에 대한 투과력이 낮아 폐나 위장관 신경계의 이상을 초음파로 알아보는 것은 효과가 없다. 췌장처럼 다른 장기에 가려져 있는 경우나 환자의 척추나 골격이 휘었거나 비만이 심한 경우에는 검사의 정확도도 떨어진다.

그러나 간이나 신장 전립선 갑상선 유방 난소 자궁 등에 생긴 암을 초기에 스크리닝하는 데 이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없다. 꼼꼼히 초음파로 검사하면 보다 고가인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못지 않게 웬만큼 커진 초기 종양을 잡아낼 수 있다.

다만 시행하는 의사의 섬세한 테크닉이나 기기의 정밀도 등에 의해 검진 정확도에서 차이가 난다. 의학적으로 유용하다는 확증이 없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적게는 5만원,많게는 20만원,평균적으로는 8만~12만원의 본인 부담 비용이 든다. 정부는 초음파검사의 유용성을 인정,건강보험 적용을 검토 중이다.

52.5% 2001~2005년 암환자 5년 생존율

◆CT와 MRI의 장ㆍ단점=CT는 환자가 누우면 도넛 모양의 X-레이 튜브가 몸을 한 바퀴 돌면서 X선을 조사한다. 검출기가 신체를 통과한 X선을 받으면 컴퓨터가 관련 영상을 만든다.

신체 횡단면을 여러 겹 조밀하게 촬영하면 3차원 입체 영상도 얻을 수 있다. 촬영 시간이 수초로 짧은 편이어서 숨 쉬는 폐,박동하는 심장,연동하는 내장 등 움직이는 장기를 촬영하기에 적합하다. 뇌종양이나 췌장 폐 간 담도 자궁 난소 신장 위 등 복부에 생긴 암 진단에 유용하다.

CT 검사를 위해서는 다량의 조영제를 사용해야 하므로 신부전 환자나 약물 과민 반응 환자는 조심해야 한다. 조영제는 질환 부위의 형태를 뚜렷하게 나타내기 위해 사용한다.

과거에 개발된 CT는 방사선 노출이 많아 단기간에 여러 차례 촬영할 경우 인체에 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요즘에는 방사선량이 적은 저선량 CT가 쓰이고 있다. 또 MDCT(다중검출 CT)로 발전해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60여장의 영상을 얻을 수 있고 해상도가 뛰어나다.

MRI는 인체의 70%가 물이라는 점에 착안해서 고안됐다. 환자가 커다란 원형 자석에 누우면 신체 물분자 중에서 수소원자가 줄을 서듯 정렬된다.

이때 고주파를 쏘면 수소 원자핵이 고주파 에너지를 흡수해 높은 에너지 상태가 되는 공명 현상이 생기고 고주파를 멈추면 수소원자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면서 신호를 내보낸다. 컴퓨터가 이를 분석해 영상을 만든다. MRI는 횡단면은 물론 종단면 등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을 얻을 수 있고 검사 후 통증이나 불쾌감이 없다. 뼈나 공기의 영향을 받지 않아 CT나 초음파로 검사하지 못하는 질병도 찾아낸다.

유방암 간암 난소암 자궁경부암 뇌종양 뇌하수체종양 등 연부조직의 암 진단에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촬영 시간이 짧게는 40분,길게는 1시간 이상 걸리므로 폐쇄공포증 환자에게는 시행하기 힘들다.

◆숨겨진 암의 발견엔 PET-CT=암은 전이와 재발이 무서운 병이다. 전신에 암세포가 자리잡고 있는지,전이나 재발했는지,수술 후 경과가 좋은지 진단하기 위해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가 개발됐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빨리 자라고 영양분으로 포도당을 다량 섭취한다는 사실에 착안,FDG(fluorodeoxyglucose)와 같은 방사성 의약품을 포도당에 붙여서 혈관에 주사하면 전신에 흡수되면서 양전자를 방출한다.

PET 영상에서 까만 점처럼 보이는 게 암이나 염증이 있다는 표시다. PET는 포도당 대사가 좋은 암,간질,알츠하이머병,염증성 질환의 진단에 유용하다.

암 중에서는 특히 폐암 식도암 두경부암 임파종 유방암 갑상선암 자궁암, 췌장암 위암 대장암 뇌종양 등의 진단에 많이 쓰인다.

단점은 암과 염증을 구별하기 어려워 단순한 염증이나 양성 종양을 일단 암으로 의심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상 소견이 나타난 검사 대상자는 불필요한 불안감에 휩싸인다.

또 포도당에 들어가는 방사성 의약품의 경우 소변으로 배설되므로 신장 요관 방광 전립선 등 소변이 지나가는 길에 생긴 암은 구별하기 어렵다. 암이나 염증 여부는 찾아낼 수 있지만 해부학적인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게 PET-CT 결합 검사기다. PET가 암세포와 염증의 생화학반응을 기능적으로 영상화했다면 CT는 해부학적 영상이 뛰어나므로 암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확연하게 알려준다.

다만 비용이 100만원 넘고 움직임이 큰 위장이나 대장은 내시경에 비해 진단 정확도가 떨어진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안진석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