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서울대 부설 초.중.고교등 전국 43곳의 국립학교를 3월부터 공립학교로 전환하려던 방침을 2010년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자율화 명목으로 공청회 등 의견수렴조차 거치지 않고 밀어부친 교과부의 행정편의주의가 주된 원인이지만 해당 학교 교사와 학부모 등의 '기득권 지키기'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올 3월부터 전국의 국립학교를 공립학교로 전환키로 하고 국립학교 설치령 등 관련 법령 입법예고까지 마쳤으나 최근 법령 개정 작업을 유보하고 공립화 계획을 2010년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국립학교 공립화에 대한 이견이 많아 좀더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올 3월과 5월께 공청회를 열고 필요할 경우 입법예고안을 다시 만들어 내년 이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국가 업무가 지방으로 이양되는 추세를 반영하고 학교 감독 권한이 교과부와 시도 교육청으로 이원화돼 있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서울대 부설 초.중.고교를 비롯한 각 국립대 부설학교,서울교대 등 전국 10개 교대 부설 초등학교,3곳의 공립공고(부산기계공고 전북기계공고 구미전자공고) 등 모두 43개 국립학교를 시도 교육감이 관리.감독하는 공립학교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전국의 교대 총장과 교수,국립학교 교장과 교사 및 학부모 등은 "일반 공립학교의 모델이 되는 국립학교의 기능을 무시하는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이들 학교들이 선진 교육과정을 시범 실시한 뒤 일반학교로 도입하는 등 '선도학교'로서 역할을 해왔는데 이를 없애려 한다는 지적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의견 수렴을 위해 시기가 미뤄지는 것일뿐 공립학교로 전환하겠다는 기본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교육계에서는 공청회조차 없이 정책을 밀어부치려한 교과부의 졸속행정을 질타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국립으로서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려는 해당 학교 교사 및 학부모의 '기득권 지키기' 때문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