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해' 기축년(己丑年) 첫 태양이 소걸음처럼 느리지만 힘차게 솟아올랐다.

1일 영하의 날씨 속에 발을 동동 구르고 손바닥을 비비며 일출을 기다리던 이들은 소가 혀를 널름거리듯 수평선 너머로 붉은 해가 떠오르자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경제 위기로 어려웠던 무자년(戊子年)을 뒤로한 국민들은 새 해를 바라보며 어둠을 밝힐 희망을 기원했다.

한반도를 통틀어 육지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 곳은 울산시 간절곶이었다.

이날 오전 7시31분30초에 동해 위로 떠오른 해를 보려고 간절곶 해맞이 공원에는 주최 측 추산으로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이 간절곶에서 `간절히' 바란 건 뭐니뭐니해도 경제 회복이었다.

경북 경산시에서 온 박진성(20)씨는 "새해에는 어려운 경제가 빨리 풀렸으면 좋겠고 모든 분이 원하는 소망을 이루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빌었다.

부산에서 가족과 함께 해돋이를 구경하러 온 손예성(8)양도 "새해에는 어려운 경제가 빨리 풀리면 좋겠고 모든 분이 소망을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오름의 고장' 양양군 낙산 해수욕장에 20만명이 몰린 것을 비롯해 강릉 정동진 등 강원 지역에도 곳곳마다 수만~수십만의 인파가 모여 수평선을 붉게 수놓은 새해 첫 번째 해를 바라봤다.

부산시 해운대에는 어림잡아 20만 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려들었고 광안대교, 광안리, 다대포, 태종대 등 이름난 장소에도 수만 명의 해맞이 객이 찾아 일출을 맞았다.

국토 최남단 전남 해남군의 땅끝마을에도 2만여 명이 바닷가에서 저마다 경제회복이나 가족의 건강 등을 기원하는 내용을 종이에 적어 나무배에 엮어 바다로 띄워 보냈다.

새해는 남과 북이 서로 좀 더 가까워지는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간절했다.

국토 최북단인 고성 통일전망대와 파주 임진각에는 실향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져 북녘 땅을 바라보며 통일을 기원했다.

이 밖에 전남 여수시, 전북 전주시, 충북 청주시 등지에서는 시민의 바람을 담은 풍선이 아침 해와 함께 두둥실 떠올랐고 지리산, 덕유산, 봉화산, 무등산 등 전국 각지의 산 정상에서도 솟아오르는 태양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꼈다.

해군작전사령부가 부산 앞바다에 띄운 충무공이순신함과 천지함, 울돌목 앞바다에 정박한 모형 거북선, 목포와 제주를 오가는 대형 크루즈 여객선 퀸메리호, 통영과 거제 앞바다의 유람선 등에서는 이색적인 `선상(船上)' 해맞이 행사가 열렸다.

다만 구랍 31일부터 호남과 제주 지역에 내린 많은 눈과 강한 바람으로 서귀포 성산일출봉과 한라산 등 제주도 해돋이 명소에서는 관광객들이 날씨 탓에 발길을 돌리고 각종 행사가 축소되거나 취소돼 아쉬움을 남겼다.

(울산.양양.부산.해남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