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보신각 7만명 운집..전국 곳곳서 신년맞이 행사

힘찬 타종소리와 함께 기축년이 밝았다.

다사다난했던 무자년. 최악의 경제침체로 어느 때보다 고단했던 한 해를 보낸 서울 시민들은 우렁찬 타종소리와 함께 새해 첫날을 맞으면서 기축년을 향한 기대와 희망의 함성을 내질렀다.

구랍 31일 밤부터 2009년 1월1일 새벽까지 서울 종로구 보신각을 비롯한 부산과 전주 등 전국 곳곳에서는 타종식 등 다양한 제야행사가 열려 묵은 해를 보내고 희망찬 새해를 맞는 국민들의 벅찬 감격으로 가득찼다.

1일 오전 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는 시민 7만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2009 제야의 종' 타종행사가 열렸다.

영하 7.5도에 차가운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혹독한 날씨였지만 보신각 주변은 새해 첫 순간을 맞이 하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로 행사 전부터 발디딜 틈이 없었다.

팔짱을 낀 연인과 부부, 부모의 맞잡은 고사리손의 어린이, 친구들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든 청소년들은 너나 할 것없이 새해를 맞는 기쁨에 상기된 표정이었다.

타종식에 앞서 30여분간 사전공연으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른 가운데 국민의 소망을 담아 종을 힘차게 두드릴 16명의 타종인사가 보신각 계단에 오르자 종로 일대는 시민들은 환호성에 완전히 묻혀버렸다.

베이징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이용대 선수와 붕어빵을 팔며 매일 500원짜리 동전을 모아 이웃을 도운 이문희씨,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시민을 구한 이시화씨 등 시민대표 11명은 우렁찬 종소리로 기축년의 신새벽을 알렸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기성 서울시의회 의장,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김석기 서울경찰청장, 김충용 종로구청장도 새해 첫 새벽의 종소리를 만들어냈다.

첫 타종을 시작으로 33번의 종소리가 보신각을 넘어 종로 일대로 울려퍼지자 시민들은 일제히 디지털카메라나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대며 2009년 새해를 맞는 감동적인 순간을 추억으로 담았다.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는 기대가 교차하는 이때 서울 밤하늘은 기다랗게 울려퍼지는 종소리와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한민족, 아니 인류 공통의 정서가 아니었던가.

희망찬 순간엔 덕담이 오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풍요를 상징하는 소의 해"라면서 "대내외적으로 위기지만 우리는 위기에 닥칠수록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를 가졌다.

마음을 모아 희망을 만들어가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새해 메시지를 던졌다.

어느 때보다 어려웠던 경제가 하루빨리 활력을 되찾기를 바라는 염원이 가득찼다.

연말까지 정쟁에 매몰된 채 국민을 외면한 정치권이 기축년에는 진정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곳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도 표출됐다.

아직 취업하지 못한 젊은이들은 원하는 일자리를 하루속히 찾기를 희망했고,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의 소망이 이뤄지길 바라는 기도도 끊이지 않았다.

타종을 전후해서는 보신각과 대학로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인기가수 등의 축하공연이 열려 축제 분위기를 한껏 북돋웠다.

젊은이들은 폭죽을 터뜨리며 종소리가 울려퍼질 때마다 '와∼'라는 함성과 박수로 새해 첫날을 환영했다.

가족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이시연(55.회사원)씨는 "새해에는 경제와 사회가 모두 다 잘 풀려서 서민들이 살기 좋아졌으면 좋겠다.

젊은 대학생들이 오늘 많이 온 것 같은 데 이들의 취업문도 새해에는 활짝 열렸으면 한다"고 염원했다.

박혜원(20.여.대학생)씨는 "타종행사를 한번도 보지 못해 남자친구와 처음으로 행사장을 찾았다.

내년에는 학교 강의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남자친구와도 오랫동안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빌었다.

새해를 맞는 감동은 국적도 비껴갔다.

남자친구 라이언 오코넬(23.대학생)과 함께 온 애슐리 제스카(24.여.영어학원강사)는 "오코넬이 새해를 함께 맞기 위해 미국 본토에서 건너 왔다.

둘이서 더 많은 새해를 맞게 되는 게 꿈"이라며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같은 시각 남산 팔각정 광장에서는 시민 100여명이 조용하게 새해 첫 순간을 맞았다.

또 서울 곳곳의 교회와 성당에서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을 기념하는 대규모 예배와 미사가 열렸고 관악구 봉천2동의 한 교회에서는 고시생 수백여명이 주민들과 함께 예배를 올리며 내년 합격을 기원했다.

예배에 참여한 사법고시생 주희연(26.여)씨는 "내년 2월 1차시험이 있는데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뒷바라지하는 부모와 언니에게 합격소식을 당당히 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보신각 타종행사장 주변에서는 시민단체와 언론단체, 시민 등 4천여명(경찰 추산)이 촛불을 들고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벌였으나 경찰과 약간의 몸싸움만 있었을 뿐 특별한 충돌은 없었으며 행사가 끝난 뒤 모두 자진해산했다.

다만 북적거리는 인파에 떼밀리면서 실신하거나 부상한 시민들이 여럿 나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기도 했다.

신년맞이 행사는 전국 곳곳에서 풍성하게 열렸다.

부산 용두산공원에서는 31일 오후 11시부터 시민 2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야의 밤' 행사가 열려 30m에 달하는 용 모형 무인 비행선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장관이 연출됐다.

전북 전주시 풍납문 일대에서는 시민 5천여명이 모여 '더 큰 미래를 향한 화합과 나눔의 장'을 주제로 타종행사를 열었고,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 등에서는 군인과 주민 등 4만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제야행사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김훈 작가, 장미란 선수 등 각계 인사 30여명은 차례로 '평화의 종'을 33번 타종해 새해를 알렸고, '평화와 희망의 불꽃'도 쏘아 올려졌다.

이날 새벽에는 기축년 첫 해를 맞이하는 행사도 전국 각지에서 열린다.

해돋이 명소인 강원도 정동진에는 새해 첫 해맞이를 위해 전국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며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기축년 새해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5천개의 소망풍선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다.

빼어난 조형미를 뽐내는 광안대교와 광안리, 태종대 앞바다 등에서는 모두 13척의 유람선과 여객선이 선상 해맞이 행사에 참가한다.

이밖에 강원 양양 낙산사와 인제 백담사에서도 동해바다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해맞이 희망ㆍ행복 명상 템플스테이'와 '새해 희망 연날리기' 행사가 치러진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