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은 신비하고 아름답고 비밀스럽다. 이 산만큼 다양한 느낌을 주는 산도 드물다. 그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인 느낌은 결연함이다.

고려 왕건은 어머니 위숙왕후의 상을 만들어 천왕봉에 모셨고 태조 이성계는 천왕봉 아래 토굴에서 조선 건국의 허락을 얻기 위해 기도했다.

조선의 수많은 문인들과 유학자들을 배출한 곳도 바로 지리산이다. 그래서 지리산 종주는 진정한 산꾼이 되기 위한 관문일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한번쯤 도전하고픈 '로망'이다.

지리산은 가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의 영원한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지리산국립공원에 근무하는 박근제씨는 "얼마 전 장터목 대피소에서 한 사람이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며 "이 좋은 산에서 왜 목숨을 끊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30년을 지리산과 함께 살다 1976년 홀연히 산속으로 자취를 감췄다는 우천 허만수 선생처럼 산신령이 되어 영원히 산과 하나가 되고 싶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희망 등반대'는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지리산 종주를 택했다. 지리산은 현실에서 소외된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숨어들면 포근히 감싸주는 산이기도 하고 백두대간의 정기를 몸으로 받을 수 있는 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리산 종주는 노고단에서 시작해 정상인 천왕봉에 도착한 후 중산리로 하산하는 게 보통이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태양의 방향을 거슬러 간다. 능선을 따라가다 오른쪽을 바라보면 햇빛이 봉우리와 계곡을 감싸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력이 좋은 사람들은 새벽 4시에 산행을 시작해 당일 하산하기도 하고 짧은 1박2일의 코스를 잡기도 하지만 보통의 경우 2박3일 동안 이뤄진다. 총 33.5㎞에 달해 보통 사람 걸음이면 17시간은 족히 걸어야 한다. 연하천 대피소,세석 대피소,장터목 대피소 등에서 간단한 식사를 해결하고 잠도 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