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수재ㆍ배임 입증 法-檢 시각차 커

검찰 특수수사의 본산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배임이나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최근 잇따라 무죄를 선고해 법원과 검찰간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18일 군인공제회가 케너텍에 투자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주식 3만주를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구속기소된 김승광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군인공제회는 2003년 12월 케너텍 주식 25만주(9억7천200만원)를 인수했고, 김 전 이사장은 2004년 3월, 11월 이 회사 이모 회장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7천600여만원을 차명계좌로 송금받아 케너텍 주식 3만주를 취득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김 전 이사장이 케너텍으로부터 "앞으로 계속 투자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주식 납입금을 받았다고 기소했는데 재판부는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청탁 및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군인공제회는 김 전 이사장과 이 회장이 2003년 10월 처음 만나기 석 달 전부터 케너텍 투자를 검토해 왔고 주식 19%를 취득하려다 케너텍의 거절로 4.6%만 취득한 점 등을 고려하면 `추가 투자 청탁'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들은 투자 문제로 만난 사이인데 수 천만원 상당의 주식을 단순한 사례금으로 볼 수 있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앞서 중수부는 한국중부발전 정모 전 대표도 공사발주 청탁과 함께 이 회장으로부터 1억1천여만원 상당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기소했는데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8일 이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배임수재죄의 보호법익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청렴성'이라는 개인적 법익이기 때문에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는 뇌물수수죄보다 엄격해야 하고 `부정한 청탁'은 사회상규에 어긋나야 한다"며 청탁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중수부가 한국석유공사 전 임직원 2명이 확인 절차 없이 과다 청구된 시추비 45억원을 지급해 공사 측에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 혐의로 기소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10월16일 "최선을 다해 시추비를 검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 선고했다.

검찰은 이들이 업체에 비용을 과다 지급한 뒤 이를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돈을 횡령했다고 보고 수사를 벌였지만 증거를 찾지 못해 배임 혐의로 기소했었다.

배임수재 또는 배임 혐의 사건에 대해 잇따라 법원이 무죄 선고를 내리는데 대해 검찰은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배임죄는 회사 임직원(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 회사에 손해를 주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나 제3자가 재산상 이득을 얻게 했을 때, 배임수재는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을 때 성립한다.

검찰은 기업범죄 수사 때 금품이 오간 사실이 확인되면 배임수재 혐의로, 현금을 주고받은 정황이 있는 등 심증은 있어도 물증이 없으면 배임죄로 기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배임수재 혐의 적용시 금품이 오갔더라도 `부정한 청탁'에 대한 입증을 요구하고 배임 혐의 적용때는 `회사에 손해를 끼친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증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는 "법원이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지적과 "수사력 약화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환경이 바뀐 만큼 플리바게닝(형량협상)과 참고인 구인제 등 형사사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한편 중수부가 수사력을 쏟았던 외환은행 헐값매각 및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도 잇따라 무죄가 선고돼 검찰이 각각 항소, 상고한 상태이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