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여자들이 벗어주길 바라고,어떻게 하면 벗길 수 있을지 늘 고민하다 보니 입히는 문제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성욕을 해소하는 차원의 섹스는 옷이야 어떻든 사정만 하면 되지만 즐기는 섹스를 원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때론 아무것도 입지 않은 여자보다 무언가를 걸친 몸이 마른 성욕에 불을 댕기기도 한다. 하얀 종이를 보면 낙서하고 싶듯 주전자에 물이 끓고 있으면 차를 마셔야 할 것처럼,보일 듯 말 듯 가린 여자는 그 안에 뭔가가 있을 것 같은 기대와 호기심을 자극하고 때때로 벗겨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기도 한다. 짙게 선팅된 자동차 창문같이 보고 싶지만 확실히 보이지는 않고,그렇다고 아주 안 보이는 것도 아니고 시스루(see-through) 소재의 언더웨어는 그런 안타까움이다.

사랑하는 아내가 노 팬티 노 브라인 채 야한 슬립 차림으로 알짱거린다면,침대에 누워있는 남편은 행복할 것이다. 속옷 매장 고객의 절반 이상이 남자들이라는데,아내를 위해 속옷을 산 적이 있는 남편은 몇이나 될까? 여성의 속옷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는 남성들이 사랑하는 여인의 섹슈얼한 이미지를 완성시키고 싶어서 속옷을 선물한다고 한다. 결혼한 남자라면 한번쯤 아내의 브래지어 호크를 풀어보기도 하고 채워보기도 했을 것이다.

"아내가 색깔 바랜 구닥다리 브라자만 하길래 안쓰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큰맘먹고 속옷 하나 선물하려고 백화점에 갔는데 너무 터무니없이 비싸 망설이다가 그냥 왔잖아요. 손바닥만한 팬티랑 브래지어가 왜 그렇게 비싼 겁니까?"

비싼 브래지어를 하는 여자들은 찜질방에서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때문일 수도 있지만 노출에 대한 마지막 방패로 은밀한 사이에서만 보여지기 때문에,감추려는 마음만큼 매력적으로 보이려는 심리가 있어 비싼 속옷을 사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자신의 가슴 사이즈를 정확하게 아는 여자들은 얼마나 될까?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브래지어를 사러 오는 여성의 60~70%가 자신의 가슴 사이즈를 잘 모르고 주먹구구식으로 대충 고른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여자들이 실제 사이즈보다 작은 브래지어를 착용해 혈액 순환에 어려움을 겪고 기형적인 가슴라인을 만들며,신체의 균형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렇다면 남편들은 아내의 가슴 사이즈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아내 가슴을 만졌던 그 느낌으로 아담한 A컵인지,걸을 때 털럭거리고 뭉클한 D컵인지를 가늠할 수 있을까? 두 손을 오므려서 '대충 이 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중력 때문에 땅에서 잡아당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처지는 가슴을 일으켜 세우려고 애쓰는 아내를 가여워하는 남편이 있을까? 잘 때 브래지어를 착용하거나 안 하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이다. 그러나 가슴도 숨을 쉴 필요가 있고 가능한 한 브래지어 입고 있는 시간을 짧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나 더 많이 늘어질까 봐 옥죄고 사는 아내들은 얼마나 많은가. 조사에 의하면 유방에 브래지어 자국이 많이 남아있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에서 유방암의 발생 빈도에 차이가 있고,통풍이 되지 않아 피부염까지 유발한다고 한다.

어느 날,아내의 낡고 초라한 브래지어를 본 남편은 생각이 참 복잡할 것이다. 아무리 작은 사이즈라도 가슴 한쪽의 무게는 330g이나 된다니 브래지어를 너무 오래 입으면 신축성이 없어지거나 와이어가 변형되기 때문에 과감히 버려야 한다.

"살다보니 별 일이 다 많아. 남편한테 속옷 선물 받아보긴 생전 처음이야. 엄청 비쌀 거 같은데 얼마 줬냐고 안 물어보고 얼른 입어봤는데 얼마나 매끌매끌한 게 촉감이 좋은지 안 입은 거 같더라니까. 하하."

살기 힘들다고 웅크리지만 말고,올해는 아내를 위해 짝짝이 '거무튀튀한 브라자와 꽃무늬 빤쓰'보다는 비싸고 럭셔리한 '브래지어와 팬티' 세트로 깜짝 쇼를 한다면 아내는 더 없이 행복할 것이다. 내친 김에 그 작고 앙증맞은 걸 세탁기에 넣어 둘둘 돌리지 말고 그 큰손으로 싹싹 비벼 빨아 준다면 싫다고 앙탈부리던 아내가 남편 목에 침 바르며 홀랑홀랑 벗어 주지 않을까? 평생 남편 속옷을 빨아 온 아내 속옷을 빨아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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