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리스트 없다, 미공개정보 안받았다"
박희태ㆍ이광재 등 30여명 정대근 특별면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1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뇌물공여 혐의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홍승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제출된 증거와 심문 결과를 보면 피의 사실이 충분히 소명되고 사안의 중대성과 수사 진행 경과에 비춰 구속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세종증권ㆍ휴켐스 주식 차명거래로 인한 양도소득세 47억2천여만원과 홍콩법인에서 차명으로 받은 배당이익의 종합소득세 242억여원 등 총 290억여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회장은 2005년 6∼12월 세종증권 주식 실ㆍ차명거래로 17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얻고도 38억9천여만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고 2006년 4월 휴켐스 주식 74만여주를 차명으로 사고 이듬해 8∼11월 49만여주를 팔아 34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얻고도 8억3천여만원의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06년 2월 중순 정대근 당시 농협회장을 서울 모 호텔 객실에서 만나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100만원권 수표 2천장(20억원)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박 회장은 이날 구속영장이 집행돼 서울구치소로 가면서 "착잡하지만 억울하지는 않다"면서 "조세포탈 부분은 시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권 로비) 리스트는 없고, 미공개 정보를 받은 적도 없다"며 "(정 전 회장에게 전달한) 20억원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지만 단계적으로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 10일 박 회장을 소환해 15시간여 동안 조사하고서 다음날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중앙지법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됐다.

법원은 오후 4시40분께 심문이 끝나고서 3시간도 안 돼 전격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정 전 회장으로부터 세종증권을 인수한다는 귀띔을 받아 세종증권 주식에 투자해 2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의혹과 휴켐스를 헐값에 인수했는지, 신한은행 등 5개 금융기관 투자사들이 휴켐스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적정한 계약을 체결했는지 등을 계속 수사 중이다.

특히 세종증권 매각과 휴켐스 인수과정 전반에서 친분이 두터운 박 회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 정 전 회장의 `삼각 커넥션'을 입증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세종캐피탈 홍사장으로부터 세종증권 인수 청탁 대가로 받은 50억원의 계좌추적 작업을 끝내고 관련자 조사를 통해 사용처를 확인하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그가 구속된 뒤 구치소에서 특별면회한 인사들의 명단도 검토했다.

두 차례 이상 특별면회한 정치인은 30명 정도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당시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 국회부의장이던 이용희 의원 등 여야 의원이 두루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특별면회자 명단을 검토하는 것은 (수사의) 기본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검찰은 세종증권 매각 로비 대가로 3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노씨의 구속시한을 이날 열흘 연장했다.

검찰은 그동안 박 회장 등의 정치권 로비 의혹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거듭 밝혀왔지만 수사 과정에서 의심할 만한 단서가 포착되면 당연히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이한승 기자 noanoa@yna.co.kr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