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전문가 불러 휴켐스 매각 적법성 검토
정화삼형제는 `노건평 공범'으로 구속기소

290억원대 조세를 포탈하고 정대근 전 농협회장에게 20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가 12일 오후 결정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뇌물공여 혐의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의해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 회장은 12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11일 "사안이 중대하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봐 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05년 세종증권ㆍ휴켐스 주식을 차명거래하면서 포탈한 양도소득세 수십억원과 홍콩법인에서 차명으로 받은 배당이익의 소득세 200여억원을 포함해 전체 290억원대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인수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6년 1월 정대근 당시 농협회장에게 20억원의 뇌물을 차명계좌로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전날 대검에서 15시간 동안 조사받은 박 회장은 세종증권ㆍ휴켐스 주식 차명거래로 인한 세금포탈 부분과 휴켐스 인수를 앞두고 정 전 회장에게 20억원을 준 부분만 자백하고 홍콩법인 탈세 혐의 등 나머지 부분은 적극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0억원에 대해서는 "정 전 회장이 돈 쓸 곳이 많은 것 같아서 줬다.

휴켐스 인수를 도와달라고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내심 그런 생각은 있었다.

남해화학 인수 추진과는 무관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회장이 정 전 회장으로부터 세종증권을 인수한다는 귀띔을 받아 세종증권 주식에 투자해 2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를 계속 수사 중이며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의 M&A(인수합병) 전문가를 불러 휴켐스 매각 과정의 적법성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휴켐스가 헐값에 박 회장에게 매각됐는지, 신한은행ㆍ경남은행 등 5개 금융기관 투자사들이 휴켐스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체결한 옵션계약이 박 회장에게는 유리하고 투자사에는 불리하게 설정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매각 과정이 잘 납득되지 않는다'며 전문가를 불렀으며 농협이 고의로 휴켐스를 헐값에 박 회장에게 매각했다면 정 전 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하면서 박 회장 또한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투자사들이 박 회장 측의 로비를 받고 회사에 불리한 계약을 체결했다면 투자사 관계자들도 배임 혐의로 처벌할 수도 있다.

검찰은 태광실업 계열사인 정산개발로부터 김해와 진해의 아파트 건설부지를 넘겨받아 300억원대 차익을 남긴 시행사 2곳이 박 회장의 위장회사인지도 살펴보고 있으며 사실로 드러나면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처벌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와 공모해 세종증권이 농협에 인수되도록 정 전 회장에게 로비하고 대가로 30억원을 받은 혐의(특경가법 알선수재)로 노 전 대통령의 고교동기인 정화삼씨와 광용씨 형제를 이날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세종캐피탈 홍기옥 사장으로부터 청탁 대가로 받은 50억원의 계좌추적 작업을 마무리했으며 관련자 조사를 통해 이 돈이 정치인 등 제3자에게 전달됐는지 밝혀낼 예정이다.

아울러 검찰은 농협이 증권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농림수산식품부(구 농림부)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이나 남경우(구속) 전 농협 축산경제 대표 등이 농림부 장관 등에게 로비했는지 조사를 끝내고 사건을 정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