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투입 과감하게

'돈을 과감히 풀어 공공일자리라도 많이 늘려라.'

고용전문가들이 정부에 주문하는 불황기 일자리창출 전략이다. 실직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 비상국면을 맞아 정부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재정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용시장은 불황 한파로 인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임시.일용직의 일자리 보고(寶庫)인 건설공사가 줄어 일시적 일자리조차 구하기 어렵다. 산업현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기업들은 인력감축보다 근로시간단축,임금조정 등을 통해 경영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지만 중소기업들은 사정이 다르다. 당장 대기업들로부터 납품주문이 끊겨 공장 가동을 멈추고 있고 많은 직원들이 보따리를 싸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돈을 풀어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일자리복지(work-fare)가 사회안전망

과거 미국은 대공황 때 실업대란이 일어나자 빈곤과 불안에 떠는 국민을 구제하기 위해 뉴딜정책을 펼쳤다. 뉴딜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많은 실직자에게 일자리를 공급한 테네시강 유역개발은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공공근로나 대규모 건설공사는 당장 일감이 없어진 저소득층이나 실직자들에게는 생계에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고용효과가 큰 도로와 댐,운하 등 대규모 사회간접시설 공사나 공공근로사업을 통해 고용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불황기에는 정부가 공공근로사업 등을 통해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어느 정도 소득이 보장되고 내수도 살아난다"고 말했다. 공공근로사업이 근본적인 일자리창출효과를 나타내지 못하지만 일자리복지(work-fare)를 통한 사회안전망 역할을 한다는 얘기이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거리청소나 식수,도로정비 등 일시적 공공근로가 저소득층의 생계비 지원 역할을 했다. 임서정 노동부 과장은 "일본은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 감세 대신 상품권을 직접 나눠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재정을 통한 일자리확대정책은 근로자들에게 자긍심을 불어넣어 주는 동시에 내수경기 회복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SOCㆍ공공근로 사업 등 통해
대규모 실업 선제적 대응
기업 고용 지원금 늘리고
청년층 취업ㆍ직업 훈련 지원확충을

◆고용유지지원 확대를

인천 남동공단 소재 전자부품업체인 H사.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수주물량이 급감,정상조업이 어려워 휴업을 실시하고 인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감원 없이 고용을 유지했다. 휴업기간 중 임금의 3분의 2를 지급해 주는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금을 활용한 덕분이다.

불황기 경영난에 빠진 기업이 고용유지를 하기 위해선 정부의 고용지원금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때문에 지원 요건을 지금보다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행 고용유지 지원금 지원 요건은 △매출이 전년대비 10% 이상 감소하거나 △휴직,휴업,훈련 등으로 인력을 재배치할 경우 △재고량이 전년보다 50% 이상 증가할 때 △사업의 일부 부서 폐지 또는 감축할 때 등이다. 이들 기업이 고용유지를 할 경우 대기업은 임금의 2분의 1,중소기업은 3분의 2를 지원받는다.

하지만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경우 지원규모를 과감히 확대해 혜택받는 기업을 늘리라고 주문한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의 고용유지는 사회안전망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며"그러나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기업의 고용유지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을 통해 고용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일자리의 효용성

임금이 싸고 단순업무가 많아 일시적 일자리로 취급받던 사회적 일자리도 고용시장의 중심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회적 일자리의 고용효과는 매우 크다. 2005년과 2006년 사회적 일자리가 20만개 이상 창출됐다. 정부도 이 때문에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회적 일자리는 간병인 방과후돌보미 산림지킴이 환경파수꾼 등으로 청년층에겐 외면받는 일자리지만 경쟁력이 없는 저소득층에겐 그나마 생계유지 수단이다. 조준모 교수는"실업대란이 발생하는 비상 상황에서는 다양하고 과감한 정책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며"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선 일단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눔경영을 실천하는 사회적 기업도 정부의 과감한 지원 대상이다. 정부는 전략분야 육성을 통해 사회적 기업에 1만4000여명의 고용창출효과를 내겠다는 생각이다. 내년에 사회적 기업을 집중 육성하는데 25억원을 투입한다. 전문가들은 또 청년층 취업지원도 중요한 일자리 대책으로 꼽는다. 정부가 인턴 채용 예산을 늘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2만명 인턴 채용을 위해 올해보다 무려 975억원이 증액된 1262억원의 내년도 예산을 편성했다.

◆실직자 직업훈련

실업자의 근로능력 유지를 위한 직업훈련 지원 확충도 정부의 과제다. 직업훈련을 받을 경우 개인의 경쟁력이 높아져 다른 직장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넓어진다. 따라서 실직자의 직업훈련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대폭 확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동부는 실업자가 생계걱정 없이 직업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훈련기간 중 생계비를 대부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현재 실직자에게는 1인당 최대 600만원을 연리 3.4%에 1년 거치 3년 상환조건으로 빌릴 수 있다. 비정규직은 최대 300만원까지 대부받을 수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김동욱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