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006년 아홉 달에 걸쳐 수사했던 `론스타 사건'이 2년에 가까운 재판 끝에 잇달아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은 24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인수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고, 서울고법은 지난 6월 말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2005년 투기자본감시센터가 헐값매각 의혹을 제기하며 경제관료 등 20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국회 재경위 또한 고발장을 접수하자 대검 중수부가 2006년 3월30일 론스타 한국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본격 수사에 나섰다.

중수부는 9개월 동안 검사 20여명 등 100여명의 수사인력을 투입했으며 론스타 사무실과 외환은행 본점 등 91곳을 13차례에 걸쳐 압수수색해 920여 상자 분량의 서류와 1만800 GB(기가바이트) 상당의 전산자료를 확보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영어자료 분석을 위해 유학파 검사를 대거 투입했으며 공인회계사 출신 검사가 과로로 탈진해 쓰러지고 또 다른 검사는 피로 누적으로 안면에 일부 마비 증세가 발생, 치료를 받기도 했다.

연인원 630여명이 소환조사를 받았으며 전윤철 감사원장, 김진표ㆍ이헌재ㆍ진념ㆍ권오규 전 재경부장관, 이근영ㆍ이정재 전 금감위원장, 이동걸 부위원장 등 `거물급' 경제관료들이 줄줄이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 나왔다.

특히 중수부가 유회원 론스타 코리아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4차례나 기각되는 등 론스타 수사 과정에서 체포ㆍ구속영장만 모두 12번 기각돼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었다.

중수부가 한 개인에 대해 4번 영장을 청구한 것도, 그 모두가 기각된 것도 전례가 없을뿐더러 검찰이 불복의 의미로 영장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재청구한 것 도 사법사상 처음이었다.

결국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유 대표는 30여차례의 공판 끝에 지난 2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지만 6월 항소심에서는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나 기사회생(起死回生)했다.

아울러 서울중앙지법이 형사사건 사상 최다인 86차례 공판 끝에 이날 외환은행 헐값매각 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당시 수사진의 기운을 완전히 빼버렸다.

검찰은 지난 10일 열린 외환은행 헐값매각 재판에서 앞으로 한 두 번 더 재판을 열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구형의견 없이 퇴정하는 등 마지막까지 법원과 격돌했었다.

검찰은 무죄 선고가 내려지자 "법률가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항소심에서 온 힘을 다해 유죄를 받아내도록 하겠다"고 밝혀 항소심에서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