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TV 드라마가 방영 시작 후 한창 시청률을 끌어모으고 있을 때 들려 오는 단골 뉴스가 있다. 바로 유명 배우의 부상 소식이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진통제 맞고 촬영 마쳐''감동적인 연기 투혼 발휘' 등의 익숙한 문구가 나온다. 부상 정도에 대해 일부 과장된 보도가 있기는 하지만 배우들이 분야를 막론하고 부상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공연계도 마찬가지다. 무대에서는 상대적으로 스케일이 큰 영화나 드라마 야외 촬영에 비해 부상 위험의 수위는 낮을지 몰라도 연극과 뮤지컬 배우는 스턴트 맨의 도움 없이도 때로는 불을 다루어야 하고,칼싸움을 해야 하며,와이어를 타고 공중을 나는 연기를 선보여야만 한다.

며칠 전에 배우 박건형이 뮤지컬 '햄릿'에서 결투 장면 도중 칼에 얼굴이 찔리는 부상을 입어 당분간 출연이 어려운 상태이다. 대규모 코러스에 고난도의 춤이 많은 '캣츠'도 개막 이후 부상자가 여럿 나왔다. 다행인 것은 두 공연 모두 그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실력 있는 배우들이 있어서 급작스런 캐스팅 변경은 있을지언정 관객 입장에서 작품의 질은 저하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부상으로 인해 공연이 중단되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대학로 연극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주연 배우의 부상으로 잠시 문을 닫아야 했고,올해도 연극 '청춘18 대 1'이 출연 배우 부상으로 조기에 막을 내리는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가끔은 전화위복이 되기도 한다. '캣츠'의 1981년 런던 초연 공연에서 그리자벨라 역을 주디 덴치가 맡을 예정이었지만 그가 막바지 리허설 중 근육을 다쳐 일레인 페이지로 교체되면서 정식 개막이 2주나 늦춰졌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지난해 브로드웨이에서도 롤러스케이트 연기가 많은 뮤지컬 '제너두'의 주연 남자배우가 공연을 눈앞에 두고 크게 다쳐 결국 개막이 2주 연기되고 다른 배우에게 바통을 넘긴 채 쓸쓸히 퇴장해야 했다. 하지만 두 공연 모두 새로 투입된 배우들이 열연을 펼쳐 개막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고 보면 무대 배우들은 마음대로 다치지도 못한다. 전용 극장이 없는 한 대관 일정 안에 최대한 많은 매출을 올려야 하니 배우가 부상당하면 그만큼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관객 눈앞에서 연기하기 때문에 분장으로 다친 곳을 가리기도 힘들다. 그러니 무대 배우들이 붕대 투혼을 발휘하지 않고 대역을 쓴다고 관객들이 너무 몰아세우지 않아야 할 것 같다. /조용신ㆍ공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