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간 파격 정사 장면 논란… '미인도' 주연 김민선

사극 멜로 '미인도'(13일 개봉,18세 이상)가 시사회 이후 파격성을 둘러싼 논란에 휘말렸다.

남녀의 애정을 화폭에 담았던 조선시대 풍속화가 신윤복을 남장 여자로 설정한 이 작품에선 신윤복의 정사 장면이 수 차례에 걸쳐 총 20분간 펼쳐진다. 첫 연인과의 애정 신은 8분이나 된다. 비판론자들은 드라마 전개에 필요하다 해도 선정적인 장면이 너무 많다고 꼬집는다. 반면 옹호론자들은 눈부신 빛과 색채가 어우러진,아름다운 장면이라고 맞선다. 신윤복 역을 열연한 김민선(29)을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만났다.

"논란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어요. 여배우가 벗었는데 아무런 말이 안 나온다면 그게 이상하잖아요? 제가 단순히 연기자로서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벗은 것은 아닙니다. 시나리오를 보고 출연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내용상 애정신이 필요하다면 이왕이면 최고가 되고 싶었어요. 이젠 저도 그런 것을 표현할 줄 아는 나이가 됐으니까요. 또한 젊은 시절,나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스크린에 남기고 싶기도 했고요. "

김민선은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 남장 여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신윤복의 운명에 동병상련(同病相憐)을 느꼈다고 했다. 신윤복의 처지가 자연스럽게 살지 못하는 자신과 닮았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신윤복을 통해 자신의 가슴 속에서 울고 있는 '녀석'을 끌어내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얽매인 삶을 살았던 신윤복은 유혹으로 흔들리는 남녀의 마음이 가장 자연스런 인간 본성이라고 보고 아름다운 그림들로 남긴듯 싶어요. 그래서 저도 정사신이 아름답게 촬영되길 원했어요. 고심 끝에 스태프들에게 완전히 맡겨버렸더니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 저는 촬영 중 (몸을) 가리려고 하지 않고 연기에만 집중했어요. 그랬더니 촬영진이 가려주고 보호해주더군요. "

김민선은 알몸으로 출연한 베드신에서 다른 여배우처럼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출연하겠다고 자청했다. 그리곤 대부분의 스태프들을 물러나게 하는 정사신 촬영 때 스틸사진 기사를 불러달라고 전윤수 감독에게 요청했다.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사진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미인도'의 김민선과 방송 중인 TV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신윤복 역을 맡은 문근영의 연기는 크게 다르다. 남장 여자란 설정만 같을 뿐 다양한 에피소드로 끌어가는 문근영과 달리 김민선은 세 남녀 사이에 얽힌 치명적인 욕망을 표현하는 데 역점을 뒀다.

"관객들이 정사신을 보기 위해 극장에 온다면 그것만 볼 겁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마음을 비우고 와야 '미인도'를 담아갈 수 있어요. 그리고 김민선이 유쾌하고 발랄한 이미지 외에 어두움과 슬픔을 지녔다는 사실도 알게 될 거예요. "

이 영화에는 '단오풍정(端午風情)'과 '이부탐춘(二婦探春)' 등의 그림을 세트로 재현한 장면들이 많다. 김민선은 화가 연기를 위해 동양화 레슨을 열 차례 정도 받았고 촬영이 끝난 지금까지도 그림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번에 모험을 택했듯 한 가지라도 얻을 수 있는 작품들을 선택한다"며 "'천상의 피조물'은 짧은 단편이지만 의미가 있었고,'가면'에선 중성적이며 냉철한 눈빛을 지닌 배역이어서 출연했다"고 말했다. 결혼 계획에 대해서는 "어릴 땐 34살쯤에 결혼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여리면서도 단단한 성격으로 인해 누군가를 마음 속에 들여앉혀 놓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