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춧구멍 만한 핏방울만 있어도 범인을 가려내고, 아무리 목소리를 변조해도 음성분석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 옆에 신축된 `디지털 포렌식센터'는 이처럼 신통한 능력을 지닌 검찰 과학수사의 메카로 불린다.

포렌식센터는 디스크ㆍ데이터베이스ㆍ모바일ㆍ네트워크 등 `디지털분석실'과 유전자ㆍ문서ㆍ영상ㆍ음향ㆍ심리 감정감식실을 한 건물 안에 모아놨다.

문서감정실은 고가의 장비와 경력 10년차 이상의 감정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계약서에 가필했다거나 수첩에 적어놓은 글자를 남이 못 보게 까맣게 칠했더라도 광학 감정장비에 넣어 빛을 쏘이면 처음 작성된 원본글자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필기구의 잉크 성분에 따라 빛의 파장이 다르게 나타나는 원리 때문.
음성분석실은 유괴범 등 동일인의 목소리를 가려내거나 녹음테이프 등에서 잡음을 제거하고 원하는 소리만 뽑아낼 때, 어떤 사람의 말하는 스타일을 분석해 교육수준, 성격, 언어습관을 파악해낸다.

음성분석 담당자는 5일 "코를 막든, 쥐어짜는 목소리를 내든 목 안의 발성기관까지 조절할 수는 없어서 동일인 여부를 파악할 수 있고, 방송에서 음성 변조하는 목소리도 보정작업을 통해 원상복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상분석실은 폐쇄회로(CC) TV를 자주 활용하는 데 이는 전국에 공익 목적으로 설치된 CCTV가 13만대, 민간에서 설치한 CCTV가 250만대 이상으로 추정되는 현실을 반영한다.

편의점에 강도가 들었다고 가정했을 때 CCTV에 찍힌 범인의 모습을 잘게 나누고서 한 장의 사진에 계속 덧대 얼굴을 선명하게 만든다거나 돈 한 뭉치를 찍어놓은 사진이 있으면 지폐가 몇 장인지 식별해 낸다.

모바일 분석팀은 전자파가 차단되는 방 안에서 휴대전화로부터 원하는 자료를 찾아내고, 디스크분석팀은 압수한 하드디스크를 똑같이 복사한 뒤 삭제된 자료를 복구하는 작업 등을 한다.

DNA(유전자) 분석실은 단춧구멍 하나만한 핏방울만 있어도 동일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살인ㆍ유괴 등 11개 중범죄인의 DNA를 수집하는 `유전자 DB(데이터베이스)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DNA 자료 수집센터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심리분석실은 거짓말탐지기로 조사하는 동시에 고성능 카메라로 진술자의 미세한 안면 근육 변화 등을 탐지하고 뇌파 분석 결과까지 전체적으로 따져보는 `통합 심리분석'을 담당하고 있다.

요구르트에 독극물을 넣어 살해한 범인에게 우유, 콜라, 요구르트 등의 사진을 차례로 보여주면 요구르트 사진을 봤을 때 뇌파가 극명하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