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 회장에 대해 항소심 법원도 1심과 마찬가지로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서기석)는 10일 조준웅 특별검사에 의해 기소된 이 전 회장에 대해 조세포탈 혐의만 일부 유죄로 인정해 1심과 형량이 같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벌금 110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영권 불법승계와 관련,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혐의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판결했다. 재판부는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적정가격보다 낮게 발행하는 바람에 출자금이 적게 납입됐다 해도 이는 회사의 손해가 아니라 주주의 손해"라며 "회사의 손해를 전제로 한 특검의 기소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세포탈 혐의 부분은 "다수의 차명계좌 주식이 모두 이 전 회장의 소유인 사실을 적극적으로 숨기려는 의도가 있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학수 전 부회장에게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5년,김인주 전 사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들 두 피고인에게는 사회봉사 320시간이 각각 추가됐지만 1심에서 내려졌던 740억원의 벌금형은 면제됐다.

이 전 회장 등 삼성 핵심임원 8명은 1996년 에버랜드 CB를 이재용씨 등 이 전 회장 자녀에게 편법증여하고 1999년 삼성SDS BW를 저가로 발행한 혐의와 차명계좌로 계열사 주식을 매매해 1128억원의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