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안재환씨의 자살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다.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자살자는 하루 평균 30명꼴이나 된다.

이 정도라면 지금 이 시각에도 누군가는 어디에선가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자살자를 성별로 보면 남성은 10만명당 31.1명, 여성은 14.8명으로 남성이 약 2.1배 높은 편이다.

하지만 자살미수는 여성이 3배가량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여성의 경우 음독이나 손목 긋기 등 덜 위험한 방법을 사용하는 반면, 남성은 보다 치명적인 방법을 택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자살은 그만큼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고 안재환씨의 경우도 자살자들이 흔히 나타내는 사전 징후가 있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을지병원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안씨가 유서까지 써놓고 자살을 시도하려 했던 것을 볼 때 아마도 자살을 준비해왔고, 이것에 대해 주변사람들에게 암시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이것을 주변 사람들이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고 안재환씨의 자살을 계기로 자살을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 자살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 = 자살에 관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속설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자살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다'거나 '자살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는 사람은 절대 자살하지 않는다' 등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살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은 평소와 다른 옷차림이나 행동들을 통해 주위의 관심을 끌고, 무가치감이나 자기책망, 죽음 등에 대해 자주 언급함으로써 자살을 암시한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그 신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간과하거나 무시할 경우 자신에 대한 거부·거절로 느껴 더 적극적으로 자살을 시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또한 한차례 자살미수를 경험했던 사람은 고통과 수치심 때문에 다시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정도 위험천만한 오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과 전덕인 교수는 "자살기도는 그 의미가 '도와달라는 구원요청'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면서 "한번의 자살기도로 응어리진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서 또 다시 자살기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 마음의 병이 자살의 가장 큰 원인 = 개인별로 다양한 원인이 자살에 영향을 끼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지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자살을 시도하지는 않는다.

여기에 2차적으로 부적응 상태나 마음의 질병이 나타남으로써 자살을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실제로 자살하는 사람들의 90%는 양극성 장애, 우울증, 알코올이나 약물 남용, 정신분열증, 경계성 인격장애 등 하나 이상의 정신장애로 고통 받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또 우울증 환자의 경우 약 15%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통계도 있다.

보통 의료계에서는 자살 위험도가 높은 요인으로 △45세 이상의 연령 △알코올 의존 △충동적이고 흥분하는 성향 △자살미수 전력 △남자 △주위의 도움 결여 △장기간 지속되는 우울증 △정신과 입원 치료 경력 △최근의 상실 또는 이별 △우울증 △신체적 질병 △실직 혹은 은퇴 △독신, 사별 또는 이혼 등을 꼽는다.

또한 여성보다는 남성이, 20~30대보다는 45세 이상이, 동거인이 있는 경우보다는 독신인 경우가 자살 위험이 더 크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이은 교수는 "자살을 생각하게 되는 직접적 계기로는 갑작스런 사회경제적 위치의 상실 또는 갑작스런 역할이나 지위 변동으로 인한 공황적 심리상태, 주체할 수 없는 분노 등이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위기 상황에서 이성적인 대처보다 정서적인 판단을 하기 쉽기 때문에 극단적인 결정을 하거나 충동적으로 행동을 결정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 흔히 나타나는 자살의 징후들 = 자살자들은 보통 일정시점부터 자신의 물건을 이웃에게 나눠주거나 빌린 것들을 돌려주는 경향이 있다.

방문 또는 전화로 작별인사를 하거나 신변을 정리하기도 한다.

따라서 △옷차림이나 행동에 갑작스런 변화 △자기 파괴적이거나 무모한 행동 △죽음에 대한 잦은 언급 △우울증의 징후 등이 보이면 의료기관이나 전문 상담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줄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울증의 조기 발견과 가족들의 지지 및 협조가 중요하다.

많은 이들이 우울증은 병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치료를 등한시하기 쉬운데 최악의 경우 자살로 이어지는 가장 흔한 원인이 된다.

이은 교수는 "주변 사람들이 자살만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님을 알려주고 문제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면서 "만약 가족 간의 불화로 도움이 어려운 경우라면 친구, 의사 혹은 평소 위기에 처한 사람이 신뢰하는 사람의 조언을 받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자살 핫라인'으로 불리는 생명의 전화(1588-9191)도 자살을 시도하기 직전 마음을 되돌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막상 자살하려는 마음을 먹어도 그 순간만 넘기면 금방 평상심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의 전화는 24시간 운영된다.

하지만 이들 봉사단체가 운영하는 핫라인도 아직은 누구나 쉽게 접근하기에는 미약한 실정이다.

전덕인 교수는 "자살지역에 경고판을 설치하고 자살에 주로 이용되는 약물이나 총기 같은 자살도구의 구입이 쉽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면서 "특히 무절제한 언론보도에 의한 모방 자살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