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환자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0년 30만∼40만명이 비만으로 사망해 같은 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의 약 10배에 달했다. 특히 청소년기에 이미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것ㆍ단위 ㎏/㎡)가 40 이상인 남자는 13년,여자는 8년이나 수명이 단축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만 치료로는 식사요법 운동요법 행동요법 약물요법 수술요법 등이 있으나 체질량지수 30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는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라는 결론이 이미 나와 있다. 물론 다른 방법으로 일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으나 거의 모든 환자들이 2년 이내에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현상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표에 따르면 2002년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인 국내 고도비만 성인은 전체 성인의 3.2%를 차지했으며 현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991년 미국 국립보건원의 '컨센서스' 모임은 고도비만 수술이 적합한 대상자로 △체질량지수가 40 이상이거나 35 이상이면서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수면무호흡증 등 비만 관련 질환을 동반해야 하며 △체중 감량 의지와 수술 이외의 보존적인 치료를 시도했던 경험이 있어야 하고 △18∼60세로서 심각한 정신과적 병력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을 기준으로 이를 △체질량지수 35 이상이거나 30∼35이면서 비만 관련 질환을 동반한 경우 △수술 이외의 방법으로 비만치료에 실패한 경험이 있고 쿠싱증후군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 등 비만을 유발하는 내분비질환이 없는 경우로 재규정했다.

이는 아시아인은 같은 체질량지수라면 서양인에 비해 체지방(특히 복부비만)이 더 많고 이로 인해 각종 질환에 걸릴 유병률이 높아지므로 서양인보다 낮은 체질량지수에서도 수술받을 필요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은 5년 전 처음으로 비만수술이 도입됐으나 유용성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별로 확산되지 못했다. 가장 먼저 도입된 배리아트릭(Bariatric) 수술은 위의 50∼80%를 절제하거나 소장을 짧게 만들어 열량 흡수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가장 효과적인 체중감량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기위암 절제술과 비슷한 방식으로 한솔병원 등 상당수 외과 전문병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위를 절제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조절형 위밴드 수술을 시행한다. 위의 상부에 실리콘 튜브 형태의 밴드를 묶으면 위로 들어가는 음식량이 제한을 받아 영양분 흡수가 줄어든다. 밴드의 직경을 몸 밖에서 늘리고 줄일 수 있어 식사량을 조절할 수 있다. 수술이 간편하고 합병증이 적으며 언제든지 제거해 원상복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배리아트릭 수술보다는 체중감량 효과가 떨어져 고도비만 환자 가운데서도 증상이 가벼운 사람에 적합하다.

위우회술는 위를 절제해 상부를 스테플러로 봉합하고 위 상부 절단면을 소장 상부 절단면과 봉합한다. 이어 위장 및 이와 연결된 위 하부 절단면을 소장 하부 적절한 곳에 접붙인다. 이렇게 되면 위를 통과한 음식물이 소화액이 분비되는 십이지장을 거치면서 소화되는 정상적인 과정이 생략되고 대신에 음식물이 곧장 소장으로 간 다음 차후에 십이지장에서 소화액이 내려오게 되므로 소화 및 흡수되는 열량도 감소한다. 이 수술은 강력한 체중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상당한 시간이 지나면 영양결핍이 오고 수술환자의 30%가량은 한 번쯤 응급실에 실려와야 할 만큼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위에 풍선을 넣어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음식물 섭취를 줄이는 방법이 3년 전 도입됐으나 효과가 기대에 못미쳐 최근엔 거의 시행되지 않고 있다.

고도비만 수술은 대부분 회복이 빠르고 흉터와 통증이 적으며 심폐합병증 위험도 감소된 복강경 수술로 이뤄지고 있다. 이달 초 이화여대 목동병원이 비만수술센터를 개소했고 비만치료 전문병원인 365MC도 최근 본격 수술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이주호 이대 목동병원 외과 교수는 "수술 후 1년 동안 가장 빠른 속도로 체중이 줄고 1∼2년 새 속도가 감소해 2년째부터는 체중이 그대로이거나 약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수술 전후에 식사 운동 행동도 함께 교정해야 뚜렷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