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00만 시대… 외국인들 "서울살이 너무 고달파요"
캐나다에서 온 관광객 드레이크씨(35·남)는 최근 버스를 타고 경복궁을 가려다 정류장을 지나치고 말았다. 버스 노선에 영문표기가 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하철도 첫차,막차 시간이 궁금한데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앞둔 지금 서울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의 삶은 여전히 불편하기만 하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외국인 관광객 1200만명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관광 및 생활 인프라들이 매우 미흡하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주민등록을 한 외국인 수는 올 5월 현재 89만1341명으로 지난해보다 23.2% 증가했다. 이 중 서울에 등록된 외국인만 25만명으로 서울 인구의 2%에 달한다.

한국생활 3년째인 유학생 제이크씨(27·남)는 "인터넷사이트에 가입할 때 약관이 한국어로만 돼 있어 까다롭다"며 "중소업체 중에는 외국인들이 가입조차 안 되는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서울글로벌센터 관계자는 "사이트 가입이나 주민등록번호와 관련된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며 "정보통신부와 출입국관리사무소 간 정보교류가 돼야 하는데 시스템 구축이 아직 안돼 있어 해결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화된 비자 규정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태원의 한 외국인 학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브라씨(41·남)는 "비자 연장을 위해 학위증과 성적 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해 미국에 다녀왔다"며 "에이즈 검사까지도 요구하며 건강 증명서를 내라는 것은 너무 과도한 것 같다"고 불평했다. 최근 외국인 영어교사의 자격 미달 또는 아동 성추행범 문제 때문에 규정을 강화한 것은 이해하지만 모든 외국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인 것이다.

바가지요금도 문제다. KBS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 출연자인 사가와 준코씨는 "외국인들로 보이면 재래시장에서 바가지를 씌우는 것 같다"면서 "집세를 월세로 내는 경우 1년치를 선불로 내라고 하거나 신용카드 발급시 예금을 담보로 요구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또 CGV나 메가박스와 같은 대형 영화관의 경우에도 외국 신용카드로는 인터넷 예매가 불가능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깔세(1년치 선불 월세)' 부분은 한번 논의가 돼 개선안을 마련 중"이라며 "나머지 문제들은 서울시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특별히 고려하고 있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비자 완화나 신용카드 등의 문제는 시에서 지속적으로 건의를 해 많이 나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맨들을 위한 환경도 그다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사업 목적으로 한국을 자주 방문한다는 영국인 스콧씨는 "서울을 찾은 비즈니스맨들이 묵을 수 있는 곳은 호텔 혹은 모텔밖에 없다"며 "호텔은 너무 비싸고 모텔은 가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그는 "비즈니스맨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형 숙소를 좀 더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하경환/정원하/양승석/장미향 인턴기자(한국외국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