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평생을 소매치기로 일관..해외원정도"
'외제차에 상가건물 소유..자녀는 해외유학'

평생을 남의 가방 속에 있는 지갑만 노리고 살아온 '할머니 소매치기단'을 비롯해 고질적 민생침해사범으로 꼽혀온 전문 소매치기꾼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4일 인파가 몰리는 백화점이나 재래시장에서 혼잡한 틈을 타 쇼핑객들의 가방에서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친 혐의(특가법상 절도)로 장모(71.여)씨 등 11명을 구속하고 이모(53.여)씨 등 2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 등 50∼70대 여성 4명은 5일 오후 5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 여성의류 매장 내에서 일본인 관광객 A(70,여)씨가 메고 있던 가방을 면도칼로 찢어 현금 20만원이 든 지갑을 몰래 빼내는 등 9차례에 걸쳐 같은 수법으로 금품 380만원 상당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최모(46)씨 등 9명도 올해 1월 3일부터 6월 30일까지 서울 명동거리나 경기 일대 재래시장에서 2∼3명씩 짝을 지어 다니며 쇼핑객이나 행인들을 상대로 30여차례 소매치기 행각을 벌여 금품 1천100만원 상당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과거 교도소를 드나들며 알게된 소매치기꾼들로, 망을 보는 '안테나'와 피해자 옆에서 얼쩡대며 혼란스럽게 만드는 '바람', 피해자 가방을 면도칼로 찢어 지갑을 빼내는 '기계'로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가방을 찢어 지갑을 훔치는 일명 '빽치기'에 앞서 피해자가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인출할 때 뒤쪽에서 접근해 몰래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빽치기로 훔친 신용카드로 돈을 빼내는 교묘함을 보이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특히 1970년부터 소매치기를 일삼아 온 장씨 등은 동종전과가 적게는 10차례에서 많게는 24차례에 달하지만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일명 '봉남이파'를 자처하며 서울 도심일대에서 연쇄 소매치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10여년전 해외 원정 소매치기를 하다 적발됐던 장씨는 지난 4월에도 소매치기를 하다 검거돼 구속영장이 신청됐지만 '습벽'을 이유로 법원에 선처를 호소해 영장 기각으로 풀려났다고 경찰은 전했다.

함께 적발된 김모(63.여)씨 등 60대 여성 2명도 소매치기 전력이 10여차례가 있는 전문 소매치기범들로 조사됐다.

경찰은 평생동안 소매치기 전력 외에는 별다른 직업이 없던 장씨 등이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니고 자신 소유의 상가건물과 단독주택을 비롯해 자녀들을 해외로 유학을 보낸 점 등을 토대로 이들의 재산형성 경위를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소매치기 피해를 막기 위해 ▲가방끈을 길게 메지 말고 ▲혼잡한 곳에서 쇼핑할 때에는 한손으로 가방을 잡고 ▲현금과 카드는 나눠 보관하며 ▲여러 사람이 둘러싸거나 갑자기 멈춰설 때는 주위를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