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당시 너무도 참혹했다"

대낮에 관공서 민원실에 난입해 아무런 이유없이 여성 공무원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30대의 살해범은 사건 전날 범행도구를 구입하고 신변을 정리, 묻지마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 중인 강원 동해경찰서는 22일 "최모(36) 씨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는 사건 전날인 21일 낮 12시 31분께 동해시 효가동 모 생활용품점에서 구입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최 씨가 범행도구를 구입할 당시 신문지에 싼 흉기 1자루를 더 가지고 있었으며 범행에 사용된 흉기도 구입 직후 신문지에 싼 채 가지고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 씨는 지난 2월 말부터 6개월 간 거주해 온 동해시 지흥동 자신의 원룸을 범행 전날 주인과 만나 대금(월세)을 정산하고 시청 인근 여관에서 묵는 등 범행을 위해 신변까지 정리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최 씨는 2006년 11월께 부산시 모 전자제품 대리점에 아무런 이유 없이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지른 혐의로 지난 해 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전력까지 드러나는 등 이번 사건도 계획적인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최 씨는 범행 직후 경찰에서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관공서에 들어간 것은 아니고 큰 건물에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해 (그곳에) 들어가 아무나 살해하려고 했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남 4녀 중 막내인 최 씨는 오래 전부터 가족과도 연락을 끊은 채 결혼도 하지 않고 주로 노동일을 하며 지내왔으며, 지난 1월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자 부산에서 강원 동해로 무작정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 씨가 "세상이 싫어져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는데다 사건 전날 범행 도구를 구입하고 신변을 정리한 정황 등으로 미뤄 계획적인 '묻지마 살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한편 이날 최 씨의 범행을 목격한 한 시민(41)은 "갑자기 뭔가 으스러지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수차례 들려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니 범인이 흉기로 여성을 잔혹하게 내리치고 있었다"며 "피해자가 바닥에 쓰러져 실신하자 (범인이) 돌아나오는 듯 하다가 다시 되돌아가 흉기로 찔렀다"며 당시의 참혹한 현장을 설명했다.

시민은 이어 "원한 관계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그토록 잔혹하게 범행을 저지를 수 없을 것았다"며 치를 떨었다.

경찰은 최 씨를 상대로 자세한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동해연합뉴스) 유형재 이재현 기자 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