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의 진상 파악을 위해 방북한 현대아산 윤만준 사장이 북측 관계자들과 관련 협상에 착수함에 따라 어떤 결과물을 들고 돌아올지 주목된다. 북측이 남측 현장조사단의 입북을 일축함에 따라 공식 소통 채널이 끊긴 상황에서 현대아산이 유일한 대화창구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13일 현대아산에 따르면 윤 사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후에도 북한의 금강산 관광 관리당국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측 관계자들과 논의 중이다. 윤 사장은 북 당국이 파악한 사건 경위를 청취한 뒤 남북 공동으로 진상 조사를 벌이는 방안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사장이 이날 오전에 이어 오후까지도 북측 관계자들을 계속 만나며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아산은 이번처럼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던 1999년 민영미씨 억류사건 때 김윤규 당시 사장이 북측 아태평화위 관계자와 접촉해 석방을 이끌어낸 바 있다. 당시에도 남북한 관계가 경색돼 정부 간 대화채널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대아산의 교섭력이 매우 중요했던 상황이었다.

한편 현대아산 임직원과 그룹 관계자들은 이날 서울 계동 사옥에 출근,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금강산 현지에는 현대아산 및 관계 업체 임직원 1200여명이 아직 남아 있는 상태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왔다"며 "금강산 잔류 임직원들의 철수 여부도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일단 개성 관광은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키로 했다. 금강산에 있던 관광객들은 12일 1012명이 철수한 데 이어,이날 370여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 이로써 금강산에 남아 있는 관광객은 모두 철수했다. 반면 개성관광의 경우 지난 12일 532명이 들어간 데 이어 이날도 500명이 넘는 인원이 버스로 방북 길에 올랐다.

현대아산 측은 "개성관광에 대해서는 아직 북측으로부터 별다른 통보를 받은 바 없다"며 "향후 추이를 보면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오는 17일 개성공단 내에 여는 평양식당(남북 공동운영) 개관행사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참석하려던 공식 일정은 무기한 연기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