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 단지라도 다른 동의 일조권을 침해했다면 건설사가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조정결정이 나왔다.

부산지법 제6민사부(재판장 이흥구 부장판사)는 부산 연제구 H아파트 2단지 7개동 주민 115명이 시공사인 H건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지난달 29일 임의조정으로 마무리됐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조정에서 H건설은 아파트 가치 하락 금액 70%에 해당하는 9억2700만원을 지급하기로 주민들과 합의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같은 아파트 단지 내 동간 일조권 침해를 법적으로 다룬 매우 드문 사례인 이번 법원의 조정결정은 정식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이에 따라 최근 아파트가 고층화되면서 동간 거리는 짧아지는 추세를 감안할 때 향후 유사한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부산지법에 따르면 2002년 5월 이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은 예상과는 달리 일조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H건설이 24층 이상 고층으로 아파트를 건립하면서 동간 거리를 터무니없이 좁게 배치했기 때문이란 걸 알았다.

입주민들은 일조량 측정 기준일인 동짓날 일조량을 측정한 결과 오전 9시에서 오후 3시까지 6시간 동안 연속으로 2시간 이하(2시간 이상이 적정)의 햇빛만 볼 수 있었고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8시간 동안 총 일조 시간도 4시간(4시간 이상이 적정)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확인했다.

일부 주민들이 일조량 부족으로 인해 주택가격이 20% 가까이 하락했다고 주장하자 입주민 대표는 마침내 2006년 12월 H건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단지 내 일조권 침해로 인한 건물 가치 하락에 대한 감정평가를 실시,여러 사안을 놓고 평가한 끝에 가구당 400만~1600여만원씩 모두 13억2400여만원의 가치 하락이 발생했음을 확인하고 양측이 조정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