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폭행치사' 혐의 40대 무죄 선고

30일 수원지법이 50대 남자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불구속 기소된 유모(44.회사원) 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피고인의 정당방위를 인정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공판과정과 판결내용이 주목받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계속되는 욕설과 폭행을 피하려다 이를 막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중심을 잃게 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이는 정당방위에 해당돼 폭행치사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형법 제21조의 정당방위 조항을 인정한 것이다.

정당방위는 '현재시점에'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인(法益)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즉 오늘 부당하게 폭행을 당한 뒤 내일 가해자를 찾아가 폭행하면 정당방위가 아니라 보복이며, 상대방의 폭행과 동시에 맞대응했더라도 그럴만한 충분한 정황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공소유지를 맡은 검사는 부검 결과 및 수사기록 등을 제시하며 "피고인의 폭행은 피해자에게 맞은 게 화가 나서 가던 길을 돌아와 저지른 것으로 방어행위가 아니다"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을 밀친 게 사실이고 피해자는 피고인의 폭행으로 인해 숨졌다"고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이에 맞서 변호인은 "피해자가 때리려고 해 피고인이 방어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넘어졌기 때문에 피고인의 행동은 정당방위"라며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였고 사건 이후 치료를 소홀히 한데다 평소 각종 지병을 앓았던 점 등을 보면 피고의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피고인도 공판내내 "정 씨가 먼저 시비를 걸었지만 때린 적이 없다.

때리고 싶었으면 주먹으로 때렸지 밀치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억울하다"고 무죄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부당한 침해'(피해자의 욕설과 폭행)와 '상당한 이유'(피해자가 따라오며 때릴 듯한 기세로 행동)를 인정해 무죄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가 피고에게 욕설을 하지 않았다"는 검찰 측 증인(피해자 친구)의 진술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서 무작위 선정된 7명의 배심원은 2시간에 걸친 유.무죄 평의와 양형 토의 끝에 재판부에 전원일치로 무죄의견을 냈고 재판부는 배심원단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국민참여재판 제도와 국선 변호사를 활용하면서 법정에서 호소력있게 자신의 주장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그러나 검찰 일각에서는 무죄선고를 두고 국민참여재판 제도 도입과정에서 우려했던 대로 배심원단이 온정주의로 흐르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할 것으로 보여 이번 사건에 대한 상급심의 판단이 더욱 더 주목된다.

국민참여재판이 거듭되면서 배심원단의 참여도와 집중도에 대해 지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재판에서는 배심원 후보로 출석통지된 83명 중 27명이 법정에 나와 출석률이 32.5%에 그쳤다.

또 배심원 선정기일 절차를 포함해 12시간 이상 걸리는 하루치기 공판에 배심원은 물론 검찰과 변호인, 피고인, 방청객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kt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