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강박에 의한 상환 각서는 무효"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에게 그동안의 데이트 비용을 물어내라고 요구한 20대 남자가 2심까지 가는 `법정투쟁'에서 패소했다.

16일 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박모(29)씨는 지난해 3월께 여자친구 임모(26)씨로부터 "더 이상의 교제를 원하지 않는다"는 결별 통보를 받았다.

이별을 원치 않았던 박씨는 한 달 뒤 직장으로 찾아와 임씨를 인근 모텔로 데리고 간 뒤 "더 이상 만나주지 않으려면 데이트 비용 1천만원을 갚으라"며 지불각서를 쓰도록 강요했다.

강압에 못이긴 임씨는 지난해 5월 7일까지 1천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지불각서를 신체포기각서와 함께 건네줬다.

각서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박씨는 지난해 5월 법원에 대여금 청구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강압에 의한 각서는 무효'라는 사실을 알게 된 임씨는 즉각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박씨가 임씨를 위협하고 신체포기각서를 동반한 점 등으로 판단할 때 지불각서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 볼 수 있어 무효"라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withwi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