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추가 조사 없이 1심 재판내용 가운데 증언의 신빙성만을 이유로 1심 선고를 뒤집어서는 안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표모(56)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 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표씨는 2005년 2월3일 택시회사의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당선된 뒤 유모씨와 최모씨 등 다른 직원들에게 김모씨가 자신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회사 사장으로부터 특명을 받았었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명훼훼손 발언을 들었다는 유씨와 최씨가 고소인 김씨와 각별한 사이인 점 등을 들어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진술을 종합했을 때 유죄가 인정된다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됐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의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했을 때 1심의 판단을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1심의 선고를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증인신문을 직접 한 1심은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는데, 항소심은 추가 증거조사 없이 바로 변론을 종결하고 유죄를 선고했다"며 "이는 1심 판단을 뒤집을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