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경찰 충돌 원천 차단..비폭력 기여 분석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에 대비해 경찰이 서울 도심에서는 처음으로 `컨테이너 차단벽'까지 설치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10일 서울 세종로사거리 광화문 방면과 적선로터리 효자동 방면, 동십자각 앞 도로 등 청와대 방면 주요지점 3곳에 대형 컨테이너 60대를 동원해 차단벽을 설치했다.

시위 대비 목적으로 컨테이너 차단벽을 설치한 것은 지난 2005년 11월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이후 3년만으로, 서울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흔히 사용하는 전경버스 대신 컨테이너까지 동원한 이유는 시위대의 청와대 진행을 원천 봉쇄하고 경찰과 시위대간의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전경버스로 차벽을 세웠는데 시위대가 계속 끌어내고 훼손하는 일이 많았다.

시위대와 경찰이 직접 맞닥뜨리면 대규모 불상사가 일어날 우려가 있어 신체적 접촉을 아예 피하기 위해 컨테이너를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어청수 경찰청장이 부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당시 컨테이너를 이용해 수영 1,2,3호교를 이용한 시위대의 도강을 저지하는 등 `컨테이너 차단벽'으로 효과를 거둔 것도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어 청장은 경기지방경찰청장이던 2006년 당시에도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집회 참가자들의 대추리 진입을 막으려고 농로에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하는 등 시위대와의 충돌이 예상될 때마다 컨테이너 박스를 동원해왔다.

이날 6.10항쟁 21주년을 맞아 대규모 시위가 예정된 만큼 만에 하나 기존처럼 전경버스로 만든 차단벽이 뚫린다면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규모의 대형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촛불문화제가 거리시위로 확산된 이후 시위대는 전경버스에 밧줄을 건 뒤 줄다리기하듯 함께 잡아당기거나 버스 지붕 위로 올라가는 등 불안한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했다.

그러나 이번에 설치된 컨테이너는 1개당 무게가 4t이나 되고 바퀴가 달려있지 않아 끌어당기기가 쉽지 않다.

경찰은 또 밧줄을 걸 수 있을 만한 컨테이너 고리 부분을 용접으로 막고 컨테이너 내부를 모래 주머니로 채우는 등 일말의 가능성까지 없앴다.

또 높이 2.7m짜리 컨테이너를 2층으로 쌓아 놓아 보통 사다리로는 위로 넘어가기가 불가능한 상태다.

이로 인해 촛불 집회에 나선 시민들은 컨테이너 차단벽을 '흉물'로 규정하고 비난 세례를 퍼부었지만 10일 오후 11시 현재 시위 참가자들과 경찰 간의 별다른 충돌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 차단벽이 결과적으로 시위 참가자들과 경찰의 충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효과 만큼은 발휘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도심 주요도로에 오전 일찍부터 컨테이너를 쌓아놓는 바람에 출근길부터 퇴근길까지 심한 교통정체가 빚어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장하나 기자 firstcircle@yna.co.kr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