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500개 범죄유형별 `사건처리 기준' 마련

주관적이고 자의적으로 사건을 처리한다는 시비를 겪어왔던 검찰이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려 1천500여개 범죄유형별로 `사건처리 기준'을 만들어 1일부터 적용한다.

대검찰청은 이를 위해 2004∼2006년 기소된 345만여명에 대한 1심 선고형량을 종합 분석해 1천543개 범죄유형별로 구속기준과 구공판(기소)기준, 구형기준, 벌금기준을 마련했다.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통일된 사건처리 기준이 없어 `고무줄 구형' 논란이 적지 않았던 게 현실이라는 판단에서다.

검찰은 사건유형별로 선고된 1심 형량을 분포도로 그렸을 때 가운데 오는 중앙값을 기준으로 구형량과 실제 선고형량의 편차, 범죄의 중대성과 성격, 법정형량 등을 두루 고려해 기준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3세 미만 어린이 강간이나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사건은 구속수사 및 징역 5년 이상 구형을, 특수강간치사죄의 경우 구속수사 및 무기징역 구형을 원칙으로 한다.

뇌물사범의 경우 수뢰액이 3천만원 이상이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수뢰액이 3천만∼5천만원이면 징역 5년 이상, 5천만∼1억원이면 7년 이상, 1억원 이상이면 10년 이상 구형하기로 했다.

이날 검찰이 발표한 사건처리 기준은 별도로 운용되는 공안사건을 제외한 모든 범죄유형을 포함하며 기본적인 처리 원칙은 정했지만 아직 모든 양형(형벌의 종류와 정도를 정하는 것)요소를 객관화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공안부의 선거사범 처리 기준은 모든 양형요소를 수치화시켜 검사가 내부망에 접속해 항목별로 체크만 하면 종합등급(1∼30등급)이 자동으로 계산되고 12등급을 받은 사람부터 `징역형'을 구형하도록 세밀하게 정해져 있다.

대검은 모든 사건처리 기준을 선거사범 처리 기준처럼 구체화해 세부적인 항목만 체크하면 구형량이 자동 계산되는 것은 물론 사건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작년부터 추진해왔다.

검찰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내년 4월까지 양형기준을 제정하면 이날 발표한 사건처리 기준과 현재 구축 중인 시스템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 발표한 사건처리 기준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기준에 어긋나게 처리하려면 해당 검사가 내부 결재 때 합리적인 설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불필요한 시비'를 우려해 사건처리 기준을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