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12월 발생한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충남 태안.보령 등 서해안 6개 시.군에 지원한 긴급생계지원금이 결국 '눈먼 돈'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충남서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경찰에 구속된 방 모(51)씨는 기름유출사고 피해주민이 아닌데도 정부가 지원한 긴급생계비를 받을 수 있도록 서류를 위조한 혐의(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서천 장항읍의 한 마을 이장인 방 씨는 지난 1월25∼29일 주민등록만 두고 있을 뿐 실제로는 거주하지 않는 안모(48)씨 등 24명에게 전화를 걸어 "긴급생계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신청서를 제출토록 했다.

방 씨의 말에 따라 서류 등을 제출한 안 씨 등은 1인당 180여만원씩 모두 4천300여만원의 '공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이 마을에서는 안 씨 등 24명을 포함해 모두 108명이 1억9천여만원의 긴급생계비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이들만 아니었다면 84명의 주민이 약 51만원씩 더 받게 돼 기름피해로 인해 막막해진 생계를 꾸리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었다.

문제는 대상자가 아닌데도 긴급생계비를 수령한 것이 비단 서천만의 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서산경찰서도 최근 태안군 일부 주민들이 부당하게 생계비를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해 관련자들을 내사중이며 태안 소원면 주민 16명은 부당 지급받은 생계비 7천12만원을 자진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서해안 6개 시군에 지원한 긴급생계지원금은 모두 600억원으로 충남도가 지원한 예비비 210억원을 더하면 무려 810억원에 달하는 혈세가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지원됐다.

하지만 해당 자치단체들이 기름 유출 피해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너무 짧은 시간에 위로금을 지급하다 보니 심의위원회 등이 제대로 구성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지급되고 말았다.

허술한 행정력이 혈세가 부당으로 지출되는데 한 몫 거들었다는 것이다.

방 씨의 경우 긴급생계비 지급대상자인지 등을 가리기 위해 마을심의위원회를 열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의를 열지 않은 채 회의가 열린 것처럼 꾸민 서류를 서천군에 제출한 뒤 지원금을 타낸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경찰 관계자는 "기름유출사고로 생계가 막막해진 주민들을 위해 급히 정부보조금을 지급하다보니 곳곳에서 실제 피해여부 등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며 "앞으로는 누구도 '정부 돈은 눈먼 돈'이라는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철저히 부당수급 사례를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완구 충남지사는 26일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해안유류사고대책지원 중간결산보고회'에서 "일부에서 생계지원금 지급 문제때문에 곤혹스러운 문제가 있다"며 "국민의 성금이었고 국가의 예산을 가지고 지원한 피같은 돈인 만큼 명쾌하게 마무리를 잘 지어달라"고 서해안 6개 시.군 자치단체장에게 당부했다.

또 기름 유출피해지역에서 방제 자원봉사활동을 벌였던 한모(34.충남 천안)씨는 "국민의 혈세로 지원된 생계지원금을 일부 지역민들이 대상도 안되는 사람들을 통해 빼돌린다는 것은 자신의 돈을 써가며 방제 작업을 벌였던 수백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을 허탈하고 비참하게 만드는 짓"이라며 "피해주민들이 겪는 고통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국민 앞에 자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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