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열린 `삼성 재판'의 두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는 본격적인 공판을 앞두고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의혹 등에 대한 구체적인 쟁점 정리가 이뤄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민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측은 이재용씨 남매가 에버랜드 전환사채(CB)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경위와 과정에 대한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그 평가방식에 있어서는 검찰과 날카로운 각을 세웠다.

에버랜드 CB발행의 배정 방식이 삼성그룹 차원의 사전 계획과 지시에 따라 이씨 등에게 넘기기 위한 사실상의 `제3자 배정' 방식이었는지, 아니면 주주배정 방식이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변호인 측은 "에버랜드 주주들이 각자 사정에 따라 실권했고 그 실권분이 이씨 남매에게 넘어간 것"이라며 애초부터 경영권 승계 계획이 있었다는 검찰의 공소 사실을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구조본이 일정 부분 CB발행 과정에 관여한 것은 인정하지만 사전에 계획안을 세워 내려보낸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도 당시 주주들의 실권을 모의하거나 예견할 수 있는 사정이 있었는지를 입증하라고 검찰에 주문했다.

CB 전환가격의 적정성 문제에 대해서도 검찰은 당시 거래 실례를 들어 "현저한 저가발행"이라고 강조한 반면 변호인 측은 "과거 수사에서 다양한 가격으로 계산됐고 적정가를 판단할 필요는 있지만 얽매일 필요는 없다"며 맞섰다.

재판부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 대해 양측이 충분히 검토하고 주주, 채권자, 종업원 등 많은 이해관계인에 대해 이익 침해가 있는지 여부를 명확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삼성SDS BW 발행과 관련해서는 발행 목적 및 적정 가격이 쟁점으로 정리됐다.

검찰은 BW 발행 목적이 이씨 남매가 추가로 지분을 획득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만큼 `지배구조 이전'이라고 설명했지만 변호인 측은 사업상 필요에 의한 `자금 조달'이라고 맞받았다.

BW의 적정 가격도 검찰은 삼성SDS BW 관련 증여세 취소 소송에서 법원이 판단한 5만5천원이라고 했고, 변호인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삼성SDS는 1999년 2월 230억원의 BW를 발행하면서 이씨 등에게 주당 7천150원에 저가로 발행해 넘겼다는 이유로 국세청으로부터 443억원의 증여세를 부과당하자 소송을 냈다가 1심에서 패한 뒤 항소심에서 소송을 취하했다.

변호인 측은 "당시 삼성에 대한 국민적 감정이 좋지 않아 대승적 차원에서 소송을 취하한 것이다"며 5만5천원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세금 포탈과 관련해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새 임직원 명의로 차명 계좌를 바꾸는 과정에서 거래가 있었다"고 해명했고 검찰은 동일 계좌에 수년간 거래가 있었던 점에 비춰볼 때 시세 차익을 획득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며 몰아세웠다.

검찰과 변호인측의 요청으로 재판부는 2차례 정도 공판준비기일을 더 갖기로 했으며 3차 공판준비기일은 6월2일 오후 1시30분에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