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옵셔널벤처스ㆍBBK투자자문 김씨가 설립ㆍ운영"

옵셔널벤처스 주가를 조작하고 수백억원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경준씨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윤경 부장판사)는 1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씨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유죄로 판단, 징역 10년 및 벌금 15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BBK투자자문과 MAF 펀드를 운영하면서 투자를 유치했고, 투자자문업 등록이 취소돼 투자금 반환을 요구받게 되자, 기존 투자금을 이용해 신주를 배정받고 납입한 유상증자 자금은 임의로 인출해 사용했으며 주식의 처분대금 대부분이 자신의 미국 계좌로 송금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BBK투자자문 등의 소유관계는 이 사건의 공소사실과 관계가 없다"며 변호인측인 신청한 김백준씨 등에 대한 증인채택 철회 이유를 밝히면서도 "피고인이 BBK투자자문과 옵셔널벤처스를 설립ㆍ운영했다는 점을 뒤집을 만한 정황은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IMF 이후 국내 투자자들이 외국인의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를 호재성 정보로 인식하고 있던 시기였으므로 피고인은 자신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했고, 시세조종기간 동안 주식매매 업무만 수행했을 뿐 본래 업무인 창원투자지원업무는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김씨가 여권 및 법인설립인가서 등을 위조해 행사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을 위해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하고 허위 공시를 통해 옵셔널벤처스의 자금을 교묘히 횡령하고 유령회사와 가명계좌로써 범죄수익을 해외로 빼돌렸으며 사망한 동생의 여권을 이용해 국내에 드나드는 등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했고 상당히 전문적이며 모방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5천만원으로 회사를 설립한 뒤 자신의 자금은 전혀 투자하지 않은 채 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치했고,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으며 횡령 금액은 319억원이지만 실질 이득액은 훨씬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이 호화생활을 해왔고 소액주주들에 대한 피해 회복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결국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면서 타인에게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는 것은 미국에 있는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150억원의 벌금을 함께 부과하는 이유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의 본질은 재산적 이익을 노린 통상 경제범죄에 불과하지만 피고인은 국내의 특수한 정치상황을 이용해 범행 본질을 희석시키고 국가기관의 기능을 훼손했다"며 이번 사건은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 아닌 법정에서 벌어진 거짓 연극으로서 태산을 요동치게 하고 겨우 쥐 한마리 잡았다는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2001년 7월~10월 옵셔널벤처스 자금 319억원을 횡령(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하고 2001년 주가조작으로 주식시세를 조종(증권거래법 위반)했으며 2001년 5월~2002년 1월 미 국무부 장관 명의 여권 7장과 법인설립인가서 등을 위조(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백나리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