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패션모델이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이른 바 `정년'은 만 35세까지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김영혜 부장판사)는 화보 사진을 촬영하다 숨진 모델 A씨의 부모가 여행잡지사와 사진작가 및 소속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A씨가 모델로서 활동할 수 있는 나이는 35세까지로 판단된다"며 피고들은 함께 원고들에게 2억여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슈퍼모델 출신인 A씨는 17세이던 2004년 6월 여행잡지사로부터 의뢰를 받은 사진작가 및 화보촬영 총괄진행자 등과 여행패션 화보찰영을 위해 인천 강화도에 갔다가 선착장 끝에 맨발로 서는 과정에서 미끄러지면서 바다에 빠져 숨졌다.

재판부는 화보촬영 총괄자 및 사진작가, 여행잡지사에 대해서는 선착장의 위험성을 인식해 사고를 예방해야 했는데도 이를 위반한 공동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고, A씨 소속사에 대해서도 화보촬영에 직원을 파견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도 화보촬영 전날 늦게까지 술을 마셔 피곤한 상태였고, 자신의 안전을 도모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피고들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손해액 산정에 있어 부모는 A씨가 모델을 할 수 있는 나이가 60세까지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국모델협회에 등록된 여성 모델의 경우 약 94%가 30대 이하이고, 30대 중반까지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점에 비춰 A씨가 종사하고 있는 패션모델 직종의 정년은 만 35세까지를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A씨가 35세가 되는 해까지는 패션 모델로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을 적용하고, 이후 60세가 되는 해까지는 도시 일용노임 상당의 수입을 적용해 손해액을 2억여원으로 산정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