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1981년부터 보건복지가족부가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기념해왔다.

다양한 먹거리 행사도 열린다.

이와 관련,프랑스에선 '시각장애인들이 와인을 알고 마실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와인에 점자 라벨을 박아 출하하는 와인회사가 있어 눈길을 끈다.

프랑스 남부 론강 유역에 있는 엠 샤푸티에(M.Chapoutier)는 1808년 설립된 유서 깊은 와인회사다.

현재 남부 12개 와이너리에서 54종의 와인을 생산한다.

이 회사는 1990년대 후반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라벨을 도입했다.

회사 주인인 미셸 샤푸티에가 에르미타주에 있는 '모니에 드 라 시제란'이라는 포도밭을 사들인 것이 계기였다.

당시 포도밭의 주인이자 시제란 가문의 마지막 자손인 '모리스 드 라 시제란'은 사냥을 하다 오발 사고로 시력을 잃은 후 시각장애인협회를 창립한 사람이었다.

샤푸티에와 시제란은 "시각장애인들이 좋은 와인을 알고 마실 수 있게 하고,와인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데 공감했다.

샤푸티에는 시각장애인협회의 도움을 받아 1년간 연구 끝에 라벨에 원산지·와인 이름·색깔·생산자·빈티지를 점자로 표기했다.

최초의 점자 라벨은 레드 와인인 '모니에 드 라 시제란(Monier de la Sizeranne)'이다.

이후 점차 모든 라벨을 점자화해 현재 매년 200만병이 넘는 와인에 점자 라벨을 붙여 프랑스 안팎에서 팔고 있다.

엠 샤푸티에의 와인을 수입하는 대유와인 김새길 팀장은 "대형 와인매장에서도 시각장애인들이 상품을 해독하고 구입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엠 샤푸티에는 점자 운동에 동참하기를 원하는 와인회사들에 노하우를 기꺼이 제공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크로즈 에르미타주 레 메조니에'(Crozes-Hermitage Les Meysonniers)는 엠 샤푸티에가 생산하는 점자 라벨 레드와인 중 하나.

포도 품종은 시라즈 100%.전량 손으로 수확한다.

12개월간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후 병입한다.

자줏빛이 아름답고 과일 향이 풍부하며 바닐라의 풍미가 느껴진다.

불고기,갈비구이,삼겹살과 닭요리에 어울린다.

가격은 5만5000원.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