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서 거짓 진술"…특검 수사 신뢰성 '흔들'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삼성물산 회장을 역임한 현명관(67)씨가 10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삼성생명 차명주식의 주인은 이건희 회장'이라고 밝혀 특검 수사에 돌발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 회장은 회견에서 그동안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했던 삼성생명 주식의 소유주는 이 회장이며, 1998년부터 줄곧 차명으로 보유했지만 그룹과의 의리와 신의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은 현재 삼성측의 주장과 같아 그 자체로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은 없지만 새롭게 밝혀진 부분에 대해서는 특검팀의 추가 조사가 필요할 전망이다.

회견 내용 가운데 주목해서 봐야할 대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차명주식 의혹에서는 주식의 원천이 그룹 차원에서 회삿돈을 빼돌려 조성한 비자금인지, 아니면 삼성측 주장대로 이건희 회장의 상속재산인지 여부가 쟁점이다.

만약 차명주식이 상속재산이라면 굳이 `삼성생명 차명주식'이라는 수단을 통해 재산을 관리해 온데 대해 설명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이 대목에서 현 회장처럼 차명주식의 실제 주인을 알고 있었던 인물이 상세한 내막을 알고 있는지도 관심거리다.

현씨는 이날 "40년 가까이 삼성에 몸담아왔던 사람으로서 저는 그룹에 있을 때는 물론이고 떠나서도 그룹과의 의리와 신의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자위해 왔다"며 "그러나 모든 것이 제 불찰이며,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한다"고만 말해 그의 발언만으로는 더이상 추정이 어려운 상태다.

둘째, 현 회장이 특검에서 `거짓 진술'을 했다고 자백한 만큼 여타 참고인들의 허위 진술 및 특검법 위반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씨는 한달 전 조사를 받았을 때 차명주식이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거짓이라고 시인했다.

수사 초기 차명주식 명의자들은 `차명주식은 내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삼성도 `차명주식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었다.

삼성생명 차명주식과 관련, 이학수 부회장과 현명관ㆍ이형도ㆍ이해규씨 등이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여러 정황증거가 발견되자 삼성측은 `실은 차명주식은 이건희 회장의 소유인데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관리하고 있던 것'이라는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참고인 진술조서가 허위로 작성됐다면 기소 이후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으며, 근본적으로 특검 수사의 신뢰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

참고인들을 재조사하거나 거짓 진술의 경위 파악 등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특검법 18조(벌칙)에는 `위계(거짓)로써 특별검사 등의 직무수행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어서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