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서울말만 표준어이고, 표준어로만 공부해야 하나요"

9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지역말 연구모임인 `탯말두레'이 2006년 5월 23일 "지역 언어의 특성과 기능을 무시한 채 서울말만 사용토록 한 현행 정책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낸 표준어 정책에 대한 위헌소송이 2년째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전국 각 지역의 초ㆍ중ㆍ고생과 학부모 등 123명으로 구성된 청구인들은 "표준어를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한정한 표준어규정 및 표준어로 교과서를 만들도록 한 국어기본법 등은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교육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가 및 지자체가 초ㆍ중등교육 과정에서 지역어 보전 및 지역실정에 적합한 내용의 교과를 편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사전심사 결과 사건을 각하하지 않고 전원재판부(주심 김종대 재판관)에 회부했으며 2006년 7월 문화관광부로부터 의견을 받은데 이어 올해 3월 교육과학기술부의 의견을 회신 받았다.

탯말은 사람이 태어나기 전 어머니 뱃 속에 있을 때부터 배운 말을 뜻한다.

`탯말두레'는 이 탯말을 단순히 사투리로 규정해 주류 언어에서 배제하는 관행에 반기를 들고, 탯말의 가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네티즌들의 모임이다.

2005년 언어치료사와 국어교사, 시인, 출판사 대표 등 5명이 시작한 이 모임은 2006년 지역별 사투리를 정리해 `전라도 우리탯말'과 `경상도 우리탯말'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탯말두레 간사인 박원석씨는 "교통과 미디어ㆍ인터넷의 발달로 지역어가 사라지고 있는데 우리 정서와 뿌리가 담긴 말이 사라지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며 "문화유산 보전차원에서라도 어릴 때부터 사투리를 교육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소설 태백산맥에서처럼 문학적 표현이 풍부한 사투리를 구사할 수 있는 젊은 작가가 없는 것 또한 비극"이라며 "헌재의 조속한 선고로 지역어에 대한 관심과 보전노력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원도 사투리 인터넷 카페에는 5천여명의 회원이 가입했으며 최근 `강원도 우리탯말' 발간을 추진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