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30분 조사받고 귀가...찬ㆍ반 집회로 `어수선'

삼성그룹 비자금을 이용해 고가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 2일 오후 서울 한남동 특검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후 3시2분께 삼성측 변호인 이완수 변호사의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도착한 홍씨는 건물 2층 로비에 들어서면서 모여있던 200여명의 취재진을 보자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50여대의 카메라들이 일제히 플레시를 터트리며 `행복한 눈물을 직접 산것이냐', `고가 미술품의 구입 목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홍씨는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다소 공격적인 질문이 이어지자 가볍게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1분 가량 포토라인에 서 있던 홍씨는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예, 성실히 답하겠습니다"란 말만 짧게 남긴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 조사실로 향했다.

홍씨는 강찬우 부장검사에게 비자금으로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조사를 받았으며 오후 7시50분께 수사진과 함께 인근 식당에서 삼겹살 두부김치와 비빔국수 등을 주문해 식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씨는 조사를 시작한 지 6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9시 30분께 이 변호사와 함께 조사실을 나와 한결 여유로운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다시 섰다.

홍씨는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머금은 채 취재진에게 "수고 많으십니다"라고 먼저 인사를 건넨 뒤 어떤 내용을 조사받았냐는 질문에 "오랫동안 조사받은 것을 어떻게 한마디로 말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니냐"는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한 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올랐다.

특검 건물 2층 로비에는 출석 하루 전인 1일 오후부터 취재진들이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였고 이날 오전부터 200여명의 취재진이 몰리면서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이날 특검 사무실 주변에서는 입장을 달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모여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었다.

진보신당 당원 15명은 이날 `홍라희를 철저히 조사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삼성SDI 사내기업 해고복직투쟁위원회 20명도 모여 `해고된 사내기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복직'을 요구했다.

반면 홍씨가 출두할때 삼성특검반대 국민행동 회원 35명은 "김용철 구속하라. 삼성특검 반대한다"고 외치며 `특검의 조기 종결'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개 중대 병력 105명을 배치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