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찾아 방방곡곡에 전단지 150만장 뿌려
"부모가 죄인…가족사진 한장 갖는 게 소원"

"사랑하는 우리딸 하늘이에게…네가 있었으면 벌써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 다닐 텐데. 아빠 가슴엔 아직도 `아빠! 아빠!'하던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구나…"
`전국미아ㆍ실종 가족찾기 시민의모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병세(46.서울 구로구)씨는 14년 전 실종된 딸 하늘이(당시 만4세)의 모습을 한순간도 잊을 수 없다.

딸의 사진만 보면 "아빠!"하고 웃는 딸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히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조씨는 딸이 실종되던 날을 마치 어젯일처럼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1일 조씨에 따르면 새우 튀김을 들고 밖으로 놀러 나간 하늘이가 갑자기 사라진 것은 1995년6월16일 금요일 오후 8시께. 아내가 하늘이를 찾아 집 안팎을 찾아보았지만 아이는 온데간데 없었다.

조씨는 "동네 어른들과 마을 구석구석 찾아보다 심상찮다는 생각에 경찰에 신고했지만 본격적인 수사는 이틀 뒤에나 이뤄졌다"며 "결국 딸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의 무성의한 대응은 조씨에겐 아직도 가슴에 응어리로 남아있다.

조씨는 "`혹시 가출한 것 아니냐'는 당시 파출소 직원의 말에 너무나 화가 났다"며 "뒤늦게 많은 경찰들이 투입돼 딸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경찰 수사에 진전이 없자 당시 모 중소기업 관리과장으로 일하던 조씨는 회사에 사표를 내고 직접 딸을 찾기 위해 나섰다.

조씨는 하늘이 사진이 실린 전단지가 담긴 배낭을 메고 도시, 농촌, 산간마을 할 것 없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행방을 수소문했다.

조씨가 전국에 뿌린 `하늘이 전단지'는 150만장. 그동안 하늘이를 찾기 위해 쓴 경비는 4억5천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많은 빚을 져야 했고 아내는 우울증으로 큰 고생을 했다.

비록 딸을 찾지는 못했지만 10여 년 간에 걸친 조씨의 노력은 의외의 성과물들을 남겼다.

2001년 아무런 정보 없이 무작정 아이를 찾아다닌다는 것에 한계점을 느낀 조씨는 다른 실종아동 부모들과 만나 실종아동 관련 정보를 교환하기 시작했다.

특히 실종아동 관련 법률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은 뒤에는 다른 실종아동 부모들과 연대해 각당 의원들을 만나며 지속적으로 관련 법률 제정의 필요성을 전달했다.

2005년 탄생한 실종아동법에는 조씨를 비롯한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깃들어 있는 셈이다.

조씨가 만든 감동적인 `하늘이 동영상'(?Redirect=Log&logNo=130016565022)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네티즌들 사이에 널리 퍼져나가 실종 아동문제의 심각성을 새삼 일깨웠다.

조씨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아동실종.납치 사건에 대해 "실종 아동의 부모들로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역시 경찰밖에 없다"며 "부디 자그마한 실종.가출신고라도 적극 나서서 조사해 달라"고 경찰에 당부했다.

조씨는 "어딘가에 우리 하늘이가 훌륭한 부모 밑에서 아름다운 아가씨로 성장해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혹시라도 정말 하늘이를 키우고 있는 분이 있다면 한번만이라도 내게 전화해 주기를 부탁드린다다"고 말했다.

`하늘이 실종 사건'은 경찰에게도 결코 과거의 사건이 아닌 현재진행 중인 사건이다.

한때 단서가 나오지 않아 내사종결된 바 있지만 조씨의 끈질긴 이의 제기로 14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구로지역 내 `최장기 아동실종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구로서 강태용 강력1팀장은 "최근 안양초등학생 납치.살해 사건을 계기로 경찰서에 실종전담팀이 구성됐다"며 "이번에 하늘이 아버님과 정보를 교류하며 다시 한번 하늘이 행방을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