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정씨의 심경변화 배경에 대한 전문가 분석

지금까지 '교통사고에 의한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해왔던 안양 초등생 유괴.살인사건의 피의자 정모(39)씨가 19일 살해 사실을 일부 시인해 그의 심경변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밤 검거 직후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던 정씨는 범행동기와 경위 등에 대해 함구하다 "교통사고로 죽였다"며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는가 하면 19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는 살해 사실을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씨가 영장실질심사에서 "술에 취해 차를 몰고 가다가 아이들이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 반항해서 죽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씨가 계속해서 거짓진술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고 판단해 전략적으로 살해 사실을 일부 시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대 행정학과 표창원 교수는 "초기에 준비했던 거짓진술에 대한 반대증거가 계속 제시돼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 되자 버티지 못하고 일부 시인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표 교수는 "정씨가 학력수준이 높고 차분하고 계획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무너져 모든 것을 털어놓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형량을 덜 받을 수 있을지, 여론의 동정을 받을 수 있을지 등을 판단해 한 단계씩 인정해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정에서 즉흥적으로 시인을 한 것이 아니라 사전에 미리 이러한 상황을 예상하고 나름의 논리를 준비해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도 "정씨는 전과 7범이기 때문에 판사한테 잘못 보이면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는 '게임의 룰'을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판사 앞에서 사죄하는 게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 일단은 일부를 시인하며 온순한 태도를 취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씨의 태도로 봤을 때 자포자기해 다 자백하는 것이 아니라 범행동기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제시할 때까지 여전히 무엇인가를 숨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표 교수도 "정씨는 이번 범행이 성범죄 목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날 경우 천인공노할 범죄자로서 자신이 받을 사회적 비난을 피하고 싶어한다"며 "그래서 그 범죄 동기에 대해서만은 마지막까지 성목적이 아니었다고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양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