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솥밥' 인연이 `외나무 다리' 악연으로

삼성그룹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를 `삼성 떡값 수수자'로 지목하면서 두사람이 국회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나 삼성특검 수사 과정에서 맞닥뜨리게 될지 관심사로 떠올랐다.

고려대 법대 68학번과 76학번인 김 후보자와 김 변호사는 1995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함께 한솥밥을 먹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김 후보자는 대검 중수과장을 하다가 서울지검 특수 3부장으로 임명됐고 김 변호사는 부산지검 강력부에서 근무를 하다 서울지검 특수2부 검사로 발령을 받았다.

그러나 `일 잘하는 검사'로 알려진 김 변호사는 12ㆍ12사건과 5ㆍ18 및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 뇌물수수 사건 관련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지면서 특수 3부로 파견을 나와 김 후보자와 함께 근무했다.

당시 김 후보자는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의 주임검사였고 김 변호사는 김 후보자의 지휘를 받는 평검사였다.

삼성 떡값 수수의 또 다른 당사자로 지목된 고려대 법대 선배인 이종찬 민정수석(66학번)은 당시 이 사건을 총지휘하는 서울지검 3차장 검사였다.

이들은 당시 함께 호흡을 맞추며 두 전직 대통령을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개가'를 올렸다.

김 변호사는 이후 김석원 쌍용그룹 회장의 집에서 비자금 61억원을 찾아낸 뒤 김 회장을 사법처리하는 문제로 청와대ㆍ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다가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이러한 인연으로 얽힌 김 변호사와 김 후보자가 한 사람은 청문회 증인으로, 한 사람은 청문회 대상자로 국회에서 만나게 될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야당은 김 변호사의 출석이 불가능하다면 국회 인사청문회법상 규정된 증인출석 절차(청문회 5일 전 증인출석 요구서 발송)에 따라 청문회를 연기해서라도 김 변호사를 불러 진실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은 김 변호사의 증인 출석 요구는 김 후보자에 대한 정치 공세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청문회 연기 주장에 응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의결로 해당 증인에 대해 지정한 장소까지 동행할 것을 명령할 수 있다.

청문회 이후 특검이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설 경우 수사과정에서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 대하게 될 수도 있다.

김 변호사는 김 후보자에게 직접 뇌물을 건넸다고 주장하고 김 후보자는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양측의 주장이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린다면 사실 확인 차원의 대질신문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특검팀 관계자는 "통상적인 수사 방법에 따라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