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법질서 확립을 위해 불법시위 참가자 등을 상대로 즉결심판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어청수 경찰청장은 지난달 11일 취임 직후 전국 경찰 지휘관 회의에 모인 고위간부들에게 이런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불법·폭력시위 단순 참가자와 주취자 등 기초질서 위반 사범에 대해 형사입건 대신 즉결심판을 청구하는 비율을 늘리는 방안을 수사, 경비, 교통, 생활안전 등 기능별로 추진중이다.

경찰은 특히 집회·시위에서 경찰 저지선(폴리스 라인)을 넘거나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는 시위자를 검거해 이 중 상당수를 즉심에 넘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즉결심판은 20만원 이하의 벌금·과료나 30일 미만의 구류에 해당하는 법 위반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정식 형사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경찰서장이 청구할 수 있는 일종의 `간이재판'이다.

하지만 이 제도의 적용 비율을 늘릴 경우 편의주의적인 법집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불법 폭력시위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데도 시위 참가자들을 겨냥해 즉심 청구를 늘리겠다는 것은 법질서 확립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와 `코드 맞추기'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반드시 신체의 자유를 제약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법 위반 행위를 저지른 사람은 당연히 정식으로 입건해서 정식 재판에 넘겨야 것"이라며 "구류를 남발했던 군사정권 시대와 같은 무리한 조치는 결국 정부와 경찰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적인 기준으로 보면 즉결심판에 따른 구류는 정식 재판에 따른 벌금형보다 가벼운 것으로 취급되고 전과 기록으로 남지도 않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오히려 구류를 집행하는 쪽이 법 위반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더 크다"며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 훈방해야 할 사람은 훈방하고, 입건해야 할 사람은 입건할 것"이라며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지 일괄적으로 즉결심판 범위를 늘리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