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영어수업 끝내자" vs "사교육 부담 더 늘것"

초ㆍ중ㆍ고교 영어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이 논쟁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인수위는 30일 '영어 공교육 완성을 위한 실천방안 공청회'를 열어 인수위가 준비한 실천 방안을 제시하고 대학교수 일선교사 학부모 등을 초청,의견을 수렴했다.

인수위는 이번에 공개한 로드맵을 바탕으로 각계의 의견을 모은 뒤 구체적인 세부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수위, "승산 있는 프로젝트"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인사말에서 "5년간 4조원을 투입해 2만3000명의 교사를 추가로 배치하는 '영어 공교육 방안'은 충분히 승산 있는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대학교수와 학부모 토론자들은 차기 정부의 영어교육 정책에 대해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이었다.

홍후조 고려대 교수는 "이제 국제 이해 수준은 국가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자녀들이 핵심 세계 공용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번 정책은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

학부모 자격으로 토론회에 참가한 이경자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사무국장은 "사교육비를 문제삼아 새 정책에 반대하는 교사들이 많은데 사교육 시장에서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사람은 오히려 선생님들"이라고 지적했다.

◆교사 "속도조절 부작용 줄여야"

일선 학교의 교장과 교사들은 '속도조절론'을 들고 나왔다.

총론에는 동의하나 성급히 정책을 추진할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최병갑 구로중학교 교장은 "학급당 학생을 줄여주고 영어 담당 교사 중 과목을 바꾸고자 하는 교사는 전과시킬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의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인정 일산 오마초등학교 교사는 "영어교사가 분발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영어로 수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인지는 의문스럽다"며 "정책을 추진하기 전에 더 많이 대화하고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줄 것"을 촉구했다.

◆영어회화 수업은 수준별로

이날 토론회에선 인수위의 영어 공교육 강화와 관련된 방안이 추가로 발표됐다.

초등학생들의 영어수업 확대 방안을 두고 학생들의 수준 편차를 면밀히 고려해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 위원장은 "인수위의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 방안은 수준별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국립국어연구원의 외래어 표기법을 수정하는 방안도 공개됐다.

이 위원장은 "영어표기법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원어민처럼 발음하기 어렵다"며 "국어연구원의 외래어 표기법도 내용을 수정ㆍ보완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준비도 같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ㆍ전문가도 찬반 격론

인수위의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을 놓고 공청회장 밖에서도 다양한 찬반 의견이 쏟아졌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인수위 방안이 추진되면 영어교육은 강화되겠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기회비용이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영어 공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교총은 "교사 임용체계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영어 전용 교사라는 용어를 영어 전용 강사 등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함께 개진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소모적인 입시 경쟁교육,교육의 계층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글문화연대와 한글학회 등 18개 국어 관련 단체들은 이날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은 영어숭배 정책"이라며 정책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송형석/성선화/오진우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