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사는 장길수씨(75)는 작년 연말 동네 종합병원에서 항문 가까이에 종양이 발견돼 항문을 모두 절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삼성암센터 내 대장암센터를 찾아 첫 진료를 받고 이틀 후 입원해 대장내시경,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촬영(MRI),항문초음파 등의 검사를 받았다.다행히 암 초기라 첫 진료 후 9일 만에 내시경으로 암 부위만 미세절제하는 수술을 끝냈다.다음 날엔 협진 회의가 열렸다.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혈액종양내과에서 암 부위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재발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주의가 필요하다며 항암제 및 방사선 동시치료를 받을 것을 제안했고 즉석에서 향후 치료방침이 확정됐다.

이달 초 652개 병상으로 문을 연 삼성암센터는 이처럼 각 진료과의 협진과 원스톱 진료를 통해 하루라도 빨리 치료받고 싶어하는 환자들의 시름을 덜어주고 있다.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위암 대장암 간암 폐암 부인암 유방암 등 6대 암을 중심으로 거의 매일 협진을 한다.기존 내과 외과의 이원화된 진료체계에서 벗어나 암 종류별로 협진한다.의사 위주로 이뤄진 진료가 환자 중심으로 변모한 것.예컨대 내과에서 수술해야 한다고 판정하면 곧장 외과에서 진료를 받고 수술ㆍ검사ㆍ입원 일정을 잡으므로 첫 진료에서 수술에 걸리는 시간이 대폭 줄었다.주요 대형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려면 1∼3개월을 기다려야 하지만 삼성암센터에선 짧게는 1주일,보통은 1개월 이내면 해결된다.

이 같은 초고속 치료를 위해 삼성암센터는 유방암센터 외래진료실 옆에 유방촬영ㆍ초음파조직검사실을,위암센터와 대장암센터는 외래진료실 옆에 내시경검사실을 배치해놨다.환자의 이동거리가 짧아진 만큼 전체적인 치료 일정도 단축될 수 있다.

심영목 삼성암센터장은 "암센터 개원 후 외래진료에서 수술까지 걸리는 기간은 위암은 기존 1∼2개월에서 1∼2주로,폐암은 3주에서 10일 안팎으로,대장암은 1개월에서 2주 안팎으로 대폭 줄었다"고 소개했다.그는 "협진과 원스톱치료,의료인프라가 수술 대기 기간 단축의 핵심"이라며 "이런 시스템이 정착되면 아시아 암치료의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